산업 산업일반

[KT 압수수색] "근거없는 자리 흔들기" "CEO 리스크 현실화" 해석 엇갈려

검찰 "참여연대 고발·KT비협조로 강행" 불구<br>실적부진·사퇴압력 논란 등 거취 연결에 무게


검찰이 22일 오전 분당 KT 본사와 이석채 KT 회장 자택 등 16곳을 전격 압수수색한 배경과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참여연대가 2차 고발한 지 12일 만이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감찰까지 착수된 어수선한 상황이고 외부적으로 국감이 한창 진행 중이다. 여기다 이 회장이 아프리카 출장을 떠나기 사흘 전, 국감 출석을 9일 앞둔 미묘한 시점이다. 검찰의 압수수색을 일차원적으로 해석하기 힘든 대목이다. 전격 압수수색에 대해 "논란이 많았던 이 회장의 CEO 리스크가 현실화된 것"이라는 해석과 "KT 회장 자리를 노린 근거 없는 흔들기"라는 입장이 맞선다.

우선 검찰의 공식입장은 확대해석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참여연대 고발 사건에 대해 KT가 협조를 안 해 강제로 자료확보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사 미진에 대한 여론을 의식해 뒤늦게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고 본다. 그동안 이 회장과 청와대ㆍ사정당국 고위 관계자 간의 관계가 알려지면서 '검찰이 수사를 미루고 있다'는 비판에 반응한 셈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이 회장 등 주요 소환자에 대한 조사에도 곧 착수할 방침이다.


검찰이 나선 표면적인 이유는 참여연대의 고발과 KT의 비협조다. 참여연대는 3월과 이달 초 두 차례에 걸쳐 "이 회장이 1,000억원대의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2010년 지하철 광고사업인 '스마트애드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백억원대의 적자가 예상되는데도 투자를 강행했다고 본다. 이 회장이 자신의 친척에게 이득을 줘가며 회사에는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이에 대해 KT는 5월 간담회까지 열고 "KT OIC나 이노에듀 등은 온라인 교육 시장의 미래를 보고 추진했던 것"이라며 "스마트애드몰 역시 현재의 CEO 임기 전인 2008년에 입찰 참여가 결정됐고 연대책임 조항도 취임 전에 결정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이 중 28곳의 사옥을 감정가의 75%에 해당하는 헐값만 받고 팔아 투자자와 회사에 869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KT는 "부동산 매각대금은 감정가액 대비 매각금액비율로 95.2%고 묶어서 매각했기 때문에 감정가보다 높거나 낮은 사옥도 있다"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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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을 이 회장 거취와 연결 짓는 해석도 적지 않다. 검찰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회장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오래 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등 정치권 인사를 대거 영입해 '낙하산' 논란이 일었는데 KT도 그 대상이었다. 이 회장은 과도한 배당과 이동통신 시장점유율 하락 등 경영실적에 대한 압박에다 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권의 인사라는 이유로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특히 6월 말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불거졌다. 국빈 만찬 초청 대상에 이 회장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여기다 8월29일에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 회장의 조기 사임을 종용했지만 이 회장이 이를 거부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이번 논란은 이 회장 개인에 대한 리스크와 흔들기라는 측면도 있지만 민영화는 됐지만 민간회사 대우를 못 받는 KT의 태생적 한계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KT 회장에 대한 흔들기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됐다. 최근에도 "청와대에서 KT 회장 후보로 3명을 올렸고 그 중에는 전 국회의장도 포함됐다"는 소문까지 돈다.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의 방향도 안갯속이다. 검찰은 "확대해석 말라"고 강조하지만 압수수색이 이 회장 소환과 구속, 낙마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KT는 2008년에도 압수수색과 CEO 구속, 사퇴라는 진통을 겪었다. 당시 검찰은 KT본사와 남중수 사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KT-KTF 납품비리 수사를 목적으로 한 조사"라며 확대해석을 막았지만 결국 남 전 사장은 소환 후 구속됐다.

이번 압수수색도 자료확보 차원으로 조사결과 무혐의로 마무리될 수도 있는 문제다. 이 회장에 대한 악성 소문은 오래 전부터 무성했으나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러나 이 회장의 배임 또는 비리에 대한 정황이 포착된다면 2008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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