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문화계의 대기업 빵집들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 )그룹이다" "( )그룹은 국내연극계의 상징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을 리모델링해주는 대가로 향후 20년간 이름사용권과 매년 3개월씩 배타적 사용권을 가져갔다" "( )그룹과 ( )그룹은 세종문화회관과 종묘의 관객들을 대상으로 최근까지 20년간 주차장사업을 해왔다."


정답은 뭘까. 글로벌기업이라는 삼성, CJ, SKㆍ삼성그룹이다. 정답을 맞출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삼성은 예술의전당에서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카페테리아 포시즌'이라는 이름으로 식당영업을 하고 있다. 라면도 판다. 예술의전당을 많이 다녔지만 삼성그룹의 사업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관객들이 많다. 예술의전당에서는 또 CJ그룹의 후원으로 '토월극장'의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이 극장은 오는 12월 공사가 끝나면 '토월극장'대신 'CJ토월극장'으로 바뀐다. CJ그룹은 2033년까지 20년간 매년 3개월씩 이곳을 독점 사용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까지 받아갔고 국내 공연계는 현재 공분(公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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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SK그룹이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지난 20년간 주차장 장사를 해왔다고 한다면 믿어질까. 서울 종묘에는 연면적 1만6,000평(6만3,000제곱미터) 규모의 5층짜리 건물이 숨어 있다. '종묘광장주차장'이다. 지난해 12월 계약이 만료돼 서울시에 반납됐지만 삼성건설이 1991년부터 종묘관람객을 대상으로 주차장 영업을 해왔던 곳이다. SK그룹 계열 SK건설도 1992년 세종문화회관 옆에 지하6층 규모로 '세종로주차장'을 지어놓고 올 8월30일 서울시에 반납할 때까지 20년간 주차장장사를 해왔다.

이런 일들은 문화계에 자리 잡은 대기업 행태의 몇 가지 사례일 뿐이다. '사회공헌활동'을 외쳐온 대기업들이 설마 그런 곳에서 그런 일들을 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런 점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8일 국정감사에서 대기업 쏠림 현상이 심화된 국내영화시장에 영화제작과 상영 부문을 분리시키는 '파라마운트 판결'식 해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차제에 문화계에 있는 이 같은 '대기업 빵집'류의 사업들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논의를 진행하면 어떨까. 그래야 문화인도 살고 대기업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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