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31일 경제와 민생에 ‘올인’하라는 주장을 ‘욕’이라고 규정하고 “대단히 불성실한 정치 공세”라고 단정했다.
시장 경제론과 관련, 노 대통령은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에 대한 저항이 있다”며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공정거래제도의 완화를 요구하는 재계의 요구를 일축하고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노조와 평가를 거부하는 교원단체를 공격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참여정부 4주년 기념 국정과제위원회 합동 심포지엄에서 “국정에 전념하라 이런 말을 많이 하고 경제에 올인하라, 민생에 올인하라(하는데), 이건 욕”이라며 “민생 아닌 것이 어니 있느냐. 우리가 돈으로만 계산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그런 욕 비슷한 얘기나 충고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개헌 문제 등 정치적 이슈를 던지는 데 대해 “국정에 전념하라”고 지적하는 야당과 언론ㆍ재계 등의 주장을 반박하는 한편 자신이 밝힌 이른바 ‘멀티태스킹론’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또 “출총제ㆍ공정거래제도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분들이 있다”며 “말만 하면 시장원리를 말하는 사람들이 꼭 출총제 문제라고 공정위의 감독 행위에 대해서는 반대를 한다”고 꼬집고 “이 문제는 참여정부 인식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출총제를 폐지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어떤 분들은 자꾸 ‘법으로 고용을 보장하라’고 하고 ‘나는 평가받지 않겠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노조와 교원평가를 거부하는 교원단체를 비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과 관련, 노 대통령은 “더 이상 개방의 문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며 “한국의 진보세력에 대해 개방에 대한 인식을 좀 깊이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왜 민주 세력 스스로 무능하다고 느낄까”라고 질문을 던진 뒤 “87년, 88년 민주주의가 승리하고 정권 선거로서 마지막 승리를 굳히고 본격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할 시기에 대선에서 좌절해버렸다”면서 민주세력을 무능하게 느끼는 것은 지난 87년 대선 실패와 수구 언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에 대한 공격도 빼놓지 않았다. 보수 언론을 ‘노련한 프로’라고 규정한 노 대통령은 “언론에 굴복하지 않은 것을 자랑스러운 업적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을 맞아 내놓은 자료집에서 청와대는 민생위기를 단시일 내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로 규정하고 현 경제 상황으로 볼 때 “성장을 하더라도 분배가 더 이상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정책과 관련해서는 “공급확대 대책의 추진 및 시중유동성 관리가 미흡했다”고 인정하고 “(하지만) 일부 언론, 야당의 부동산정책 흔들기도 부동산시장 불안에 작용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