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종교적 파시즘에 물든 인도 민주주의

■ 아룬다티 로이, 우리가 모르는 인도 그리고 세계

아룬다티 로이 지음, 시대의창 펴냄


최근 팔레스타인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하마스)와 가자 지구에서 치열한 교전을 펼치고 있다.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문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골치아픈 문제다. 그리고 이는 양측을 모두 극단으로 내몰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분쟁이 있다. 매년 수백명이 죽고 수억달러가 낭비되지만 다른 이들은 별로 관심없다. 바로 카슈미르 분쟁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접경인 히말라야 서쪽 산록의 이 지방은 1947년 영국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독립을 할 때부터 분쟁지역이 됐다.


아룬다티 로이의 신작 '우리가 모르는 인도 그리고 세계'는 바로 이 카슈미르에서 시작한다. 현재 카슈미르의 대부분 지역은 인도 영토다. 독립할 때 인도가 차지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대부분은 이슬람교도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힌두교가 주류인 인도가 이슬람교도를 탄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적대감은 이웃이자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을 확산된다. 결국은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인도의 정치와 사회도 억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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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 커져만 가던 파키스탄을 향한 적개심은 급기야 국경을 되넘어 인도 내부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칼날이 힌두 공동체와 이슬람 공동체 사이에 그나마 남아 있던 조화와 관용의 흔적을 베어버렸다. 지옥에서 온 신의 사자들이 대중의 상상력을 옭아매고 있다. 그들을 불러들인 것은 우리다."

저자인 아룬다티 로이는 인도의 작가이자 인권ㆍ운동가이다. 1997년 소설 '작은 것들의 신'으로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부커상을 받기도 했다. '우리가 모르는 인도 그리고 세계'는 정치평론집으로, 저자는 이 책에서 지난 10여년간 인도에서 일어났던 정치적 사건들을 헤집으면서 인도 민주주의의 어두운 현실을 지적한다.

2002년 구자라트주에서 힌두교도들의 무차별 살상으로 2,000여명의 이슬람교도가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고드라 사건을 다룬 '1장. 인도 민주주의 실체'에서 "우리는 독배를 마시고 있다. 독의 이름은 종교적 파시즘에 물든 결함 있는 민주주의"라고 일갈한다. 나렌드라 모디 신임 인도 총리는 당시 주정부를 이끌면서 힌두교도 편에서 사태를 방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도 민족주의가 '힌두 민족주의'로 변하고 힌두 민족주의는 파시즘과 맞아 떨어지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인도는 자유선거와 의회가 있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냐고? 저자는 종교갈등과 인종학살, 빈부격차로 얼룩진 인도의 민주주의를 고발하고 있다. 1만6,800원.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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