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앞이 안보이는 엔씨소프트

넥슨에 지분 매각 이후 외산게임에 주도권 뺏겨<br>M&A 효과 의문에 주가 곤두박질… 성장 적신호


국내 게임 업계의 대표주자인 엔씨소프트가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시점은 넥슨에 지분을 매각한 지난 6월 이후 부터. 외산 게임의 공세에 시장 주도권을 내주고 인수합병(M&A) 효과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면서 향후 성장 전망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주가는 지난 6월 이래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엔씨소프트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보다 5.6% 떨어진 15만9,500원에 장을 마쳤다. 연이은 52주 최저가 행진이다. 올 3∙4분기에 매출 1,822억원, 영업이익 50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각각 23%, 49% 늘었지만 시장에서는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지난 7일 김택진(사진) 대표가 '지스타 2012' 게임 전시회에서 "넥슨에 지분을 매각한 것은 해외 게임업체 인수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고 밝힌 것도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글로벌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M&A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었지만 시장은 대형 게임업체를 인수하려면 1조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성도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력 게임 부진도 발목을 잡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6월 대작 온라인 게임 '블레이드앤소울'을 출시하며 대대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블레이드앤소울은 '리니지'∙'아이온'을 잇는 엔씨소프트의 야심작으로, 개발기간 6년에 500억원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됐다. 하지만 6월21일 공개서비스(OBT) 직후 점유율 20.3%로 반짝 선두를 차지했을 뿐 14주째 미국 라이엇게임즈의 온라인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에 밀려 2위에 머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11월 둘째주 PC방 게임 순위에서도 리그오브레전드는 26.3%의 점유율을 기록한 반면 블레이드앤소울은 11.2%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게임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인 동시접속자수가 25만명 선에 불과해 당분간 블레이드앤소울의 1위 탈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다 내년으로 예정된 중국시장 서비스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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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의 명가'라는 위상 역시 흔들리고 있다. 미국 유명 게임업체 테이크투는 최근 인기 PC게임 '문명'의 온라인 버전인 '문명 온라인(가칭)'의 개발을 국내 게임업체인 엑스엘게임즈에 맡겼다고 밝혔다. 북미와 유럽에서 수많은 마니아층을 양산한 '문명' 시리즈는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만 1,100만장에 달한다.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온라인 게임 개발력을 자랑해 왔지만 아직 정식으로 게임을 출시한 적도 없는 엑스엘게임즈가 대작 게임의 개발권을 따낸 것이다.

세계 게임시장 침체와 모바일 게임 부상도 엔씨소프트가 넘어야 할 관문이다. 스마트폰 열풍으로 모바일 게임이 게임시장의 주류로 진입하면서 온라인 게임 이용자가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김택진 대표도 "모바일 게임은 우선 절대적인 숫자에서 온라인 게임보다 훨씬 많고 PC보다 더 좋은 게임 환경을 제공한다"며 내년에 모바일 게임을 출시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미 국내 모바일 게임 업계가 구인난을 겪고 있는 데다 모바일 게임 개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과제로 지적된다.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게임시장의 경쟁 심화와 이용자의 기호 변화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블레이드앤소울'의 중국 서비스가 가시화되기 전까지 엔씨소프트의 실적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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