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예방접종은 평생건강 지킴이


몇 년 전 정조임금의 일대기를 다룬 TV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된 적이 있다.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왕위에 올랐던 정조는 실용과 개혁으로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지만 자신의 자녀를 질병에서 지켜내지는 못했다. 정조의 아들인 문효세자가 5살 나이에 안타깝게 홍역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당시는 나라에서 가장 귀한 신분의 어린이도 감염병에서 안전하지 못했다. 만일 그 시절 예방접종이 있었더라면 문효세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많은 질병 예방접종 통해 퇴치가능

예방접종은 현대의학이 이뤄낸 기적이라 불릴 만큼 우리 삶에 엄청난 변화를 주었다. 과거 인류의 평균 수명을 위협하던 두창(천연두)은 1980년 예방접종을 통해 전세계에서 완전히 박멸됐고 어린이에게 발생해 무서운 마비 장애를 일으키는 폴리오(소아마비)가 우리나라에서 근절된 지 30년이 돼 간다. 또 과거 세자의 목숨까지 앗아갔던 홍역은 2006년 우리나라가 서태평양국가 최초로 퇴치선언을 할 만큼 잘 관리되고 있다.


감염병 퇴치의 가장 큰 수훈은 예방접종에 대한 높아진 관심과 우수한 접종률이다. 홍역ㆍ수두 같은 감염병 대부분은 바이러스를 통해 순식간에 전파가 이뤄져 다른 질병처럼 고위험군을 관리한다고 잘 조절되지 않고 개개인의 주의로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히 감염병은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에서 주로 발생해 위험이 크고 후유증까지 남겨 국가 차원의 예방 관리가 무엇보다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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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950년대 감염병관리법이 제정되고 1980년대 들어 정기예방접종이 시행돼 감염병 발생이 많이 감소했다. 또 최근에는 예방접종에 대한 정부지원도 크게 늘어 가까운 병ㆍ의원 어디에서나 부담 없이 접종할 수 있다. 이처럼 예방접종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됐고 효용도 널리 알려졌지만 여전히 접종률은 질병을 퇴치할 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이가 자랄수록 예방접종에 관한 관심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첫 돌인 아이는 제때 접종을 다 받은 비율이 90% 이상으로 매우 높지만 만 6세 어린이의 접종률은 60%가량으로 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6세 이상 아이도 관심 지속해야

아이가 어릴 때는 수첩이 닳도록 꼼꼼히 살피며 예방접종에 열성이다. 하지만 단체 생활로 면역력이 낮아져 추가 예방접종이 필요한 때는 예방접종을 잊어버리고 산다는 얘기다. 하지만 추가 접종 시기는 아이가 많은 사람과 생활해 감염병에 가장 취약한 때며 평생 면역력 보유의 성패가 달린 때다. 최근에는 나라 간 교류와 여행이 빈번해짐에 따라 질병의 전파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도 없이 빨라졌기 때문에 예방접종 필요성은 전보다 더 커졌다.

소중한 우리 아이의 평생 건강을 위해 면역력에 틈이 나 있지는 않은지 아이 예방접종을 챙겨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예방접종이 우리 아이 건강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배려라는 점도 다시 한 번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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