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주식 근처에도 가지 않던 분들마저 적립식 펀드에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가입하고 있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저금리라는 구조적 요인이 은행저축 중심의 자금흐름을 주식투자쪽으로 돌려놓았습니다.” (대신증권 여의도지점 J씨) 종합주가지수 네자릿수 개막은 외견상으로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도적 역할을 했지만 개인들이 간접투자를 늘리며 수급을 개선시킨 것이 큰 힘이 됐다. 매번 상승장의 막차에 올라타 결국 눈물을 머금고 증시를 떠났던 개인들이 간접투자로 눈을 돌려 펀드문화를 정착시켜 국내 증시가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정보력이나 자금동원력 등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는 개인들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우량주에 대한 장기투자’라는 인식과 함께 직접투자에서 벗어나 간접투자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가계 재테크의 혁명…적립식 펀드로 ‘고(go)’=정기예금의 특판금리도 연 3.9%대에 불과하고 부동산 경기도 정부의 투기억제책으로 꽁꽁 얼어붙으면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의 수탁액은 지난 2월 말 현재 9조6,73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1,210억원이 늘었다. 혼합형 펀드도 6,140억원 증가한 35조1,66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양도성예금증서(CD) 순발행액을 포함한 은행예금 잔액은 최근 5개월간 4조원 넘게 감소하는 등 예금인출 러시가 뚜렷하다. 특히 적립식 펀드와 변액보험으로 월평균 각각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 단타매매를 일삼던 과거와 달리 개인자금이 주식시장의 안정적인 매수기반이 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안정적인 성장기반 위에 저금리가 정착되면서 개인들이 증시로 방향을 틀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지수 부담감을 낮추면서 중장기적으로 고수익을 낼 만한 투자로 펀드만한 게 없다”고 조언했다. ◇장기투자문화 갈수록 확산=우량주에 장기투자하는 것이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는 길이라는 점을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처럼 투자자들 사이에도 이런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미국도 지난 80년대 초 저금리로 주식으로 저축하는 간접투자 열풍이 불면서 지난 20년간의 장기 박스권을 돌파할 수 있었다”며 “국내 증시에도 이 같은 문화가 확산되고 있어 증시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가 회복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수익성과 투명성도 한결 나아져 장기투자의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99년 초반 8만원대였던 삼성전자 주가는 올 2월 말 현재 52만원까지 6배 넘게 증가해 같은 기간 강남아파트의 2.67배를 크게 초과했다. 장기투자의 위력을 입증하는 것이다. 한 투신업계 관계자는 “1,000포인트를 돌파했던 2000년에는 적립식 펀드보다는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스팟 펀드가 많았다”며 “최근에는 시장의 펀더멘털이 좋아지면서 고배당 펀드나 적립식 펀드가 주류인 만큼 개인들이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가 한결 쉬워졌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