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진의 할리우드 21]할리우드영화 TV제작사 '빨간불'
미 영화배우 노조(SAG)와 각본가 노조(WGA)의 내년 중 파업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영화와 TV 작품을 만드는 메이저 스튜디오와 군소 제작사들이 초비상사태에 들어갔다.
두 노조가 제작자 측과 맺은 계약은 각기 내년 7월1일과 5월1일로 끝이 난다. 이들 노조는 그동안 제작자들로부터 제대로 대가를 지불 받지 못했다면서 이것이 고쳐지지 않을 경우 계약 종결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두 노조와 제작자들간의 주요 쟁점은 TV경우 케이블TV와 해외시장용 프로에 대한 보상. 두 단체는 제작자들이 붐을 이루고 있는 이들 시장에서의 이득을 독식하다시피 한다고 주장했다. 영화의 경우 두 노조는 비디오와 DVD판매에 대한 대가가 너무 적다고 주장하면서 앞으로 영화를 인터넷으로 상영할 때 대한 대가지불도 이번에 확고히 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렇게 파업의 먹구름이 할리우드를 덮으면서 영화사들은 제작기일이 길고 빅스타가 나오는 대규모 영화의 제작을 미루는가하면 한편으로는 파업시작 전까지 재고를 가급적 많이 비축하기 위해 이미 제작에 들어간 영화들의 완성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제작에 들어가기로 했다가 포기한 영화들로는 '멘 인 블랙 2', '주만지 2' 및 '배트맨 5'등이 있다. 그리고 현재 미국서 빅히트 중인 코미디 '크리스마스를 훔쳐간 그린치'의 주연남우 짐 캐리는 다가올 파업을 예상, 다음 작품을 고르는 대신 아예 영화활동을 잠시 쉬기로 했다.
또 디즈니 소유의 브에나 비스타 영화 그룹의 니나 제이콥슨 사장은 "예년 같으면 1년 걸려 만들 영화를 8개월내 만들도록 재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따라서 내년에 상영될 영화 중 상당부분이 질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견했다. 할리우드가 노동문제 화약고 위에 올라 앉게 되자, 스튜디오들은 이미 지난 여름부터 각본들을 닥치는대로 사들이고 또 재고 축적용으로 가급적 많은 영화와 TV 작품 제작 계획을 세워 놓고 있는 상태.
디즈니의경우 6개월전 부터 파업대책위까지 조직한 뒤 현재 여러편의 영화 촬영에 피치를 올리는가 하면, 계열회사인 ABC TV용으로 보다 많은 뉴스와 게임 및 사실(Reality) 프로들을 마련하고 있다
파업이 기정사실화 하더라도 내년 여름과 가을까지는 큰 문제가 없겠으나 그 후로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재고가 바닥이 나면서 메이저들은 이미 상영한 영화들을 다시 내놓을 것이며 이어 극장은 독립제작사작품과 외국영화들로 프로를 채우게 될 것이라고.
TV도 마찬가지여서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출연하는 소위 '리얼리티 쇼'로 땜질을 하게 될 것이다.
파업을 막기 위한 예비접촉은 지난 4일 배우 홀리 헌터 등 두 노조대표와 메이저 및 네트웍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했다.
그러나 두 노조가 과거보다 강경해져 쉽게 문제가 타결될 것 같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할리우드 연예산업은 남가주의 연 3조10억달러에 이르는 경제규모의 10%를 차지한다.
관계자들은 할리우드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LA경제는 매주 2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 편집위원 미 LA영화비평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