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다시 기업이다-신 기업가정신을 키우자] <중> 중국 샤오미 추격의 교훈

반값 공세로 IT한국 턱밑 위협… 선도전략으로 시장 창출 나서야

中 스마트폰시장 점유율 2위…유럽시장도 넘봐

조선 등 他제조업 분야 공세도 갈수록 거세져

연구개발·투자로 기술·업종간 융합 발등의 불

정부, 과감한 규제개혁·투자환경 조성 필요


'37초'.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기업 샤오미가 지난달 22일 중국에서 선보인 신제품 미4(Mi4)의 초기 물량이 매진될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올해 창업 4년 차 기업인 샤오미는 이미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파죽지세로 성장하며 업계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시장조사업체 칸타월드패널컴텍 보고서에 따르면 올 1~5월 샤오미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21%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1위인 삼성전자(23%)를 턱밑까지 쫓아왔다. 애플(점유율 16%)은 이미 샤오미의 뒷자리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샤오미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짝퉁 애플'에 불과했다. 제품 디자인은 물론 창업자인 레이 쥔 대표의 프레젠테이션 복장까지 스티브 잡스의 복사판이었다. 그러던 샤오미가 벤치마킹 대상인 애플마저 제친 것은 삼성전자나 애플, LG전자의 프리미엄 제품과 유사한 성능을 가진 제품을 반값 수준에 내놓을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애플의 아이폰S5는 800달러인 반면 샤오미의 전략제품 미3(Mi3)는 270달러다. 여기에 △온라인 판매를 통한 유통 비용 최소화 △한정 수량 공급 △충성도 높은 고객 확보라는 고유 전략을 더하면서 샤오미는 한국 산업계의 마지막 보루인 스마트폰 산업까지 위협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 진출을 서두르고 있으며 제품 영역에서도 10만원대의 스마트 밴드를 공개하며 웨어러블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과연 한국기업들이 샤오미와 같은 맹렬한 신흥 추격자와 세계 시장에서 부딪힐 때 확실한 우위를 장담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산업연구원은 한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 스마트폰조차 중국이 2016년 세계 점유율 1위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역시 2018년이면 중국이 한국을 앞선다는 것이 산업연구원의 분석이다. 조선의 경우 중국은 이미 2012년과 지난해 수주건수·건조건수·수주잔량 등 모든 분야에서 2년 연속 한국을 앞섰다. 이미 중국의 제조업은 기술력에서 한국에 버금가고 가격경쟁력은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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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연구개발(R&D) 능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시장 창출, 즉 시장 선도 전략이다. 배은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샤오미를 비롯한 신생 추격기업들의 경우 새로운 사업 모델이나 세분화된 사업영역(Segment), 기존 제조기술 활용 등을 전략으로 사용하는데 이미 글로벌 규모인 한국의 대기업들은 사업 모델을 번번이 바꾸거나 미시적 사업영역까지 일일이 공략하기 힘들다"며 "과거 애플이 태블릿PC로 새 시장을 만들었듯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 기기 간 연동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점은 멈추지 않는 혁신이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휴대폰 시장을 혁신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후 태블릿PC와 기존 스마트폰의 중간 영역인 5인치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오히려 팔로(Follow) 전략을 취했다. 이 사이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앞세워 시장을 선도할 기회를 주면서 애플의 점유율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배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글로벌 선도기업 역시 최근 추격자 전략으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샤오미와 같은 기업의 도전에 한국 제조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이노베이터 자리에 올라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학계 및 산업계에서는 선도 전략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융합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의 강한 제조업 기반을 토대로 기술 간, 업종 간 융합을 하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빅데이터를 활용할 경우 제조업 분야는 물론 서비스업에서도 혁신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현재 조선산업의 스마트십(Smartship), 자동차산업의 전기차 등이 대표적인 가시적 융합기술이며 그 외 지능형 로봇, 에코빌딩, 원격진료, 지능형 교통시스템 등이 국내 기업이 주목해야 할 융합기술로 꼽힌다.

물론 이 같은 신시장 개척이 기존 시장의 포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과거 일본의 경우 한국의 조선업 추격에 대비해 일반상선 시장보다 LNG운반선이라는 고부가가치 신시장에 주력했지만 이마저 한국에 따라잡히면서 전체 조선 점유율이 하락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고부가가치 신수종 사업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 부문에서도 절대 추격을 용납하지 않고 시장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했다.

특히 추격자에 맞서 한국의 궁극적인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제조업 혁신뿐 아니라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경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규제개혁, 산업계와의 소통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2005년 이후 외국인 투자가 제자리라는 점은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봐도 한국의 규제 수준이나 기업 환경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제조업 혁신, 서비스업 강화 모두 결국 투자가 수반돼야 가능한 것인 만큼 경제구조 자체를 혁신하고 새로운 길을 선도하기 위해 과감한 규제개혁 등 투자환경을 마련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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