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10시30분 경기도 용인 소재 3군 사령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윤 일병 사건 5차 공판은 재판부가 28사단에서 3군 사령부로 이관되고 살인죄가 추가된 이후 첫 재판으로 군 검찰과 가해자 측 변호인 간 치열한 법리 공방전이 펼쳐졌다.
군 검찰은 피고인 6명 가운데 이모(26) 병장 등 4명의 기존 상해치사죄를 예비혐의로 돌리고 살인죄를 주 혐의로 적용한 새로운 공소장을 재판부에 제출하며 "피고인들이 지속적 폭행과 가혹행위로 윤 일병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취지의 공소장 변경 내용을 30여분에 걸쳐 낭독했다.
재판부는 살인죄 적용이 이 사건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라고 판단, 군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살인죄가 추가된 공소장을 받아든 이 병장과 하모(22) 병장, 이모(21) 상병, 지모(21) 상병 등의 변호인들은 모두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며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군복 차림의 피고인들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하느냐"는 주심 판사의 질문에 "살인죄는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병장 변호인은 살인죄와 함께 추가된 강제추행죄와 이 사건 목격자인 김모 일병에 대한 협박죄에 대해서도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 등으로 부인했다.
군 검찰은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을 부인하자 추가 증거 제출과 증인 신문을 통해 입증하겠다며 목격자 김 일병을 다음 재판의 증인으로 신청했다.
또 살인죄를 추가 적용하면서 윤 일병의 사인을 '기도폐쇄에 의한 뇌 손상 등'에서 '좌멸증후군 및 속발성 쇼크 등'으로 변경한 것에 대해서는 객관적·전문적 기관에 감정을 의뢰하겠다고 입증 계획을 설명했다.
재판부는 군 검찰이 제출할 윤 일병 시신 등에 대한 사진과 의료기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사인을 감정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변호인들이 "부검의보다 (국과수의) 감정의가 얼마나 사인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인 변경에 의문을 표시해 다음 재판에서 살인죄 적용 여부와 사인을 둘러싼 공방전이 예상된다. 더욱이 변호인들은 군 수사기록의 불일치에 대해서도 의론을 제기해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의 기일을 26일 오후1시와 10월8일 오후(시간은 미정)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