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의 사설] 日 신용등급하향 의미 새겨야

최근 국제 금융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엔론 사태와 같은 기업의 재앙을 경고하는데 실패한 신용평가기관들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이다.스탠더드 앤 푸어스(Standard & Poor's)는 푸어 스탠더드(Poor Standard, 형편없는 기준)로, 무디스(Moody's)는 무디(Moody, 변덕스러운)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라면 이 게임을 하기가 좀 까다로워 진다. 지난 12일 무디스의 고위 직원들을 의회로 끌어 내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이유를 설명하도록 한 것은 우스운 촌극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해프닝은 일본이 자국의 재정 문제를 부인하고 있다는 인상만 더욱 깊게 만들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일본은 일본 국채의 디폴트 위기가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던 신용평가기관들을 비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일본은 아직도 세계 최대의 채권국이며,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일본 가계는 140조엔(1조1,18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무디스는 이런 일본의 신용등급을 일본으로부터 지원금과 차관을 공여 받고 있는 아프리카의 보츠와나 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강등 시킬 수 있는 것인가. 시장 역시 일본의 채권 상황에 대해 낙관적이다.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약 1.37%며, 이는 주요 국가들 사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디폴트 스왑 시장의 움직임 역시 투자자들이 디폴트 위험이 높아지기 보다는 낮아지고 있다고 믿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올해 초 60 베이시스포인트(bp)였던 일본 국채의 디폴트 스왑 가격은 최근 28베이시스포인트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국제 금융계는 신용평가기관들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는 일본 정부에 대해 흐르는 물을 거꾸로 되돌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 시중의 돈을 침체에 빠진 경제에 계속해서 무작정 쏟아 부을 수도 없거니와 대규모 빚을 쌓아 놓지도 못할 것이라는 것은 모든 이들이 알고 있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공공부채 비율은 이제 140%를 육박하고 있다. 일본 국채시장은 거품 경제의 마지막 전초인 듯이 보인다. 신용평가기관들은 일본의 신용등급을 강등함으로써 조만간 최후 심판의 날이 올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비록 일본이 디폴트의 위험은 피할 수 있다 하더라도 신용 악화의 위험은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신용평가기관들의 경고를 하찮게 여기기 보다는 이들의 메시지를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6월 13일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