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저금리 시대 경제 패러다임 바뀐다] 숨고르기인가 실기인가

■ 한은 기준금리 동결<br>"국내외 부양책 지켜보자" 인하카드 아껴두기 분석속<br>경제 성장세 둔화 가시화 "또 타이밍 놓치나" 우려도<br>내달 인하 가능성에 무게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남대문로 본관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템포조절인가, 아니면 또 한 번의 실기인가.'

한국은행의 9월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여유를 갖고 대내외 경제정책 대응 방향을 지켜보자는 판단이 작용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위기국 채권 무제한 매입' 결정 효과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추가 양적완화 여부를 지켜본 뒤 기준금리에 손을 대도 늦지 않다는 데 금융통화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2% 성장률이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 특유의 '정책 실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난다"고 전제하면서도 "단기적으로도 지난 7월 금융시장에서 금리인하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금리인하가 일단 효과를 본 만큼 추가적으로 내리는 것은 경기진행 상황을 좀 더 본 뒤 내려도 늦지 않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최근 시장에서 우려하는 장단기 금리차에 대해서는 "금리인하 이후 장단기 금리격차가 (다시) 확대됐지만 이는 금리인하의 직접적 효과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7월에 금리를 낮춘 이유는 경제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처한 것이지만 외국자본이 채권시장에 몰리는 등 다른 요인에 의해 격차가 확대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번 달에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앞으로 정책대응 여력이 줄어든다는 점도 이날 금리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기대와 달리 극단으로 치닫거나 세계 경제의 침체가 가속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연내 추가 인하 카드를 아껴둬야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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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리인하 카드를 꼭꼭 숨겨둘 여유도 그리 많지 않다. 이러한 사실은 이날 금통위가 발표한 통화정책 방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국내 경제 성장세에 대해 '둔화'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번에는 '미약'하다고 밝힌 것이다. 금리동결을 결정했던 지난 4~6월에는 '회복 조짐'과 '회복 주춤' '성장세 이어가' 등을 언급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음달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통화정책 방향에서 '마이너스의 GDP갭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대목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수개월간 'GDP갭 마이너스'를 언급했던 금통위가 마이너스라는 단어를 GDP 갭 앞으로 위치를 바꾼 것이다. 김 총재에는 이에 대해 "마이너스가 상당기간 지속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GDP갭은 실질GDP와 잠재GDP의 격차를 말한다. GDP갭(실질GDP-잠재GDP)이 마이너스이면 디플레이션 갭(Deflation Gap) 상태로 물가하락의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홍춘욱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지만 한은 입장에서는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재정정책의 효과를 지켜본 뒤 금리에 손을 대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10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김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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