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마니아들이 BMW 라인업 가운데 '주행 재미' 측면에서 첫 손에 꼽는 차는 3시리즈다. 독일차 특유의 묵직하고 단단한 힘과 준중형의 민첩한 몸놀림을 함께 갖췄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시리즈가 다소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비좁은 뒷공간 탓이다. 싱글 라이프를 즐기던 20대 시절에 한창 BMW의 3시리즈를 동경하다가도 정작 첫 차를 구매할 나이가 됐을 때는 좀 더 실용적인 모델로 눈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준중형 해치백인 '뉴 3시리즈 GT(그란 투리스모)'는 바로 이 같은 아쉬움을 멋지게 극복하면서도 기존의 주행 재미를 그대로 가져온 모델이다. 이 차의 전장과 전폭은 각각 4,825㎜와 1,830㎜다. '320d'와 비교하면 201㎜와 19㎜의 차이가 난다.
시트 높이 역시 56㎜나 높아 뒷좌석에도 바깥 풍경을 훤히 들여다 보이고 승·하차도 한결 수월하다. 3시리즈 세단보다 40ℓ가 넓은 트렁크 용량(520ℓ)도 넉넉하다. 골프백만 3개 정도는 넣을 수 있을 공간이라는 게 BMW코리아의 설명이다.
문짝 유리창의 틀을 없앤 '프레임리스 도어'는 외관 디자인의 모던함을 물씬 풍긴다. 다만 스티어링 휠이나 내비게이션, 오디오·공조 장치 등 실내 인테리어에는 크게 변화를 주지 않았다.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일산을 갔다 돌아오는 코스로 본격적인 시승에 들어갔다. 우선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8.8㎏·m의 성능답게 시동을 걸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자마자 총알처럼 튀어 나가는 가속 성능이 일품이다. 시속 150㎞ 정도까지는 아무런 이물감 없이 속도가 올라가며 초고속 주행에서도 안정적인 서스펜션(차체와 승객에게 주행하는 동안의 충격이 전달되기 전에 흡수하는 장치)을 유지한다.
작은 차체가 아님에도 이리저리 차선을 바꿀 때도 물 흐르듯 부드럽게 움직여 준다. 이뿐 아니라 경제적인 연료 효율성 덕분에 장기리 여행도 부담이 없어 보인다. 실제 복합연비는 16.2㎞/ℓ,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20g/㎞로 최고의 효율을 자랑한다.
이 같은 매력 포인트에도 불구하고 다소 비싼 가격은 소비자들이 구매를 망설일 만한 부분이다. 국내에는 옵션에 따라 '뉴 320d 그란 투리스모'와 '뉴 320d 그란 투리스모 럭셔리 등 2가지 모델이 판매되고 있는데 판매가는 각각 5,500만원, 6,110만원이다. 럭셔리 모델의 경우 한 단계 위 등급인 5시리즈 기본 트림과 비교하면 불과 200만원 저렴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