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원천기술이 미래 먹거리다


지금 우리는 미국의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가 화성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컬러 사진을 지구에 전송하고 지구촌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간다. 우리는 최첨단 과학기술 덕분에 미지의 세계를 체험하거나 감동을 받고 행복을 느끼곤 한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은 앞으로도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중점과학기술 선진국의 70% 그쳐


우리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는 2007년 9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14조9,000억원으로 연평균 11.1% 증가했다. 경제 규모를 고려한 정부 R&D 투자 규모는 일본ㆍ프랑스 등 주요국을 넘어서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중점과학기술 분야의 기술은 선진국의 70% 수준에 그쳐 국가 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원천기술 R&D 확대가 절실한 실정이다.

기술적 한계에 다다른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면 기존 기술을 뛰어넘는 원천기술 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처럼 원천기술은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향후 제품ㆍ서비스 개발에 필수적인 독창적 기술로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한 미래 선도형 기술이다.


정부는 지난 몇 년간 미래 성장동력과 창조형 기초ㆍ원천연구 분야에 대한 지원 확대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에 따른 재정 악화에도 불구하고 세계 주요국의 공통적 추세이기도 하다. R&D를 통해 미래 글로벌 주도권을 선점하고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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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초ㆍ원천 부문 정부 예산의 성장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막대한 지원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R&D, 특히 기초ㆍ원천 연구는 투입에 비해 가시적인 성과물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기초ㆍ원천 분야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것은 근시안적 처사다. 오늘날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리고 있는 캐시카우 산업도 지난 20~30년간의 지속적인 투자가 근간이 됐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실제로 필요한 것은 투입된 자원이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치밀한 기획과 전략이다. 수요자의 요구ㆍ재원ㆍ외부환경을 충분히 고려해 잘 만들어진 설계도가 있어야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듯이 연구도 기획이 제대로 이뤄져야 제대로 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가 선진국 기술 모방을 통한 성장을 표방했을 당시에는 연구 과정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주력해야 할 독자적 연구 분야를 탐색하고 그 성과가 응용연구 및 개발 단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구 기획ㆍ전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개발 성과가 다양한 기술과 사회적 가치를 수반하는 사회 문제, 글로벌 어젠다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R&D 기획 잘해 투자효율 높여야

교육과학기술부의 연구관리 위탁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은 최근 국책연구사업 기획을 강화하기 위해 국책사업기획단을 확대 개편했다. 국책연구사업을 전략적ㆍ체계적으로 기획하기 위해 기술분야별 기획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다. '국가 미래 먹거리 창출'이란 가시화되지 않은 목표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필연적으로 국민의 의구심을 유발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목표 설정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기획과 전략을 갖고 노력한다면 '원천기술 연구는 돈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벗고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보장하는 희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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