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후 표면화된 행정수도 이전지에 대한 부동산투기를 차단하기 위한 고강도 처방이 잇따르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이달 초 대전ㆍ충청 대부분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데 이어 국세청이 지난 4개월간 이뤄진 토지거래 10만 여건을 분석한 뒤 투기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 칼날을 뽑았다. 정부는 이어 이달 말 대전시 전역을 양도소득세가 실거래 가격으로 부과되는 `투기지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정부의 잇따른 대책은 투기심리확산을 차단해 단기적으로는 집값ㆍ땅값을 진정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대전ㆍ충청권 부동산시장이 이미 `머니게임장`으로 변질돼 이전지역 확정 등 행정수도 이전계획이 구체화될 때마다 투기심리확산에 따른 단기 급등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초강수, 왜 나왔나=내년 상반기 행정 수도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있어 최근 불붙은 투기심리를 초동에 잡지 않는다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될 우려가 크다는 게 국세청의 시각이다. 특히 최근 토지거래 내역을 전산 분석한 결과 수도권 등 외지의 전문투기꾼이 대전ㆍ충정지역으로 대거 이동한 것으로 포착된 것이 세무조사착수의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현우 재산세과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4개월간 대전ㆍ충청권 지역 토지거래건수 10만여건 가운데 4만여건이 행정수도 이전방침이 확정된 지난 1월중 집중됐다”며 “최근 거래가 늘어난 이유가 서울과 수도권 등 부동산 전문투기꾼들이 대전ㆍ충청지역에 대거 몰려 간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원정 `꾼`색출이 목표=국세청 투기조사의 초점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 원정온 전문 부동산투기꾼 색출하는 데 있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자금출처조사를 통해 부동산 취득자금과 신고소득 등을 정밀분석해 자금조달원이 불명확할 경우 과거 5년간의 탈루 한 양도소득세와 증여세ㆍ소득세 등 종합적으로 추징한다는 방침이다. 미성년자의 부동산 취득 역시 자금출처조사 대상이다. 전체 투기혐의자 2만7,095명 가운데 외지인과 미성년자의 부동산 취득이 각각 6,426명과 5,209명으로 절반 가까이나 이르고 있는 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국세청은 행정수도 거론지역 토지 등을 대규모로 취득해 소규모 분할ㆍ매매해 거액의 매매차익을 챙기는 `펀드형 원정 떴다방`도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들 전문투기꾼은 저금리 기조를 틈타 3~5명의 전주(전주)와 손을 잡고 있으며, 사채업자도 끌여 들이고 있는 것으로 국세청은 파악하고 있다.
김철민 조사3과장은 “주택과 달리 토지는 일반인이 연고가 아닌 지역에서 사기란 쉽지 않다”고 전제한 뒤 “외지인이나 미성년자의 토지 취득 상당분은 투기성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또 1년 미만의 단기 양도자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예정신고(양도후 2개월이내)내역을 지켜본 뒤 탈루혐의자에 대해서는 곧바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1년 미만의 단기 양도자의 경우 확정신고기간(양도한 이듬해 5월까지)에 상관없이 실거래가격으로 36%의 양도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부동산투기, 잠재울 수 있을까=국세청의 이번 투기조사는 대전ㆍ충청지역 부동산투기심리를 확산을 막고 부동산 가격 급등세도 일단 진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동산 114 김희선 상무는 “정부가 투기방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는 만큼 단기 급등세를 보였던 행정수도 이전지 부동산가격은 거래가 끊기면서 한풀 꺾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투기의 불씨는 언제든지 다시 지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행정수도 이전후보지 부동산시장은 이미 머니게임장이 됐다”며 “세무조사 등으로 아무리 눌러도 자본이득을 노린 가수요의 유입을 근본적으로 막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권구찬,이종배기자 ljb@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