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자본 이대론 안된다 中] ‘돈놓고 돈먹기식’ 장사

`관치(官治ㆍ관의 시장지배)만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외치(外治ㆍ외국인의 시장지배)로 인한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 ` 국제화 시대를 맞아 굳이 국내외 자본을 가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외국자본이 국내시장에 들어와 보여 준 행태가 더 문제다. 이들은 오직 자신들의 `잇속`만 따질 한국경제의 안위(安危)는 관심도 없다. 최근 외국자본에 맞설 수 있는 토종 금융자본을 키우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바로 이 같은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집약돼 있다. 외국자본이 경제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금융부문을 좌지우지하고 안팎에서 얻어낸 정보를 바탕으로 부실채권 투자 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우리에게 뭘 남겼는지는 의문이다. 외환위기 직후의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더라도 그동안 비싼 `수업료` 를 치른 만큼 이제부터라도 그 내용을 꼼꼼히 들여 다 보는 것이 더 큰 부작용을 막는 길이라는 지적이다. ◇부실채권 시장 `돈 놓고 돈 먹기`=올들어 경영위기에 휘말린 카드사들이 정부의 적기시정조치를 피하기 위해 연체 채권을 헐값으로 팔고 나서자 외국계 자본들은 전체 매각물량(8조2,668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3조5,000억원어치를 쓸어갔다. 카드사들이 내다 판 연체채권의 가격은 기껏해야 장부가의 10~30%선. 이들은 막강한 자금력을 자산을 헐값에 인수한 뒤 대금업체나 채권추심업체에 비싼 값에 되파는 `돈놓고 돈먹기`식 장사를 하고 있다. 외국자본들은 과거에도 당장 매각이나 합병 등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국내 기업들의 사정을 적절히 이용해 무리한 이면계약을 요구하거나 이유없이 협상을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값을 깎아내리곤 했다. ◇고스란히 유출되는 기업정보=외국자본이 경영컨설팅이나 매각 또는 합병 협상과정에서 입수한 경영기밀을 다른 용도로 악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 법정관리 신청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던 진로의 경우 골드만삭스가 지난 97년말 경영컨설팅 계약을 위한 협상과정에서 얻은 내부자료를 활용해 대규모 채권을 헐값에 매입한 후 법정관리를 신청해 경영정상화를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러지가 하이닉스반도체를 미국 정부에 제소한 것도 한국 정부 및 채권금융기관과의 인수협상 과정에서 얻은 정보가 바탕이 됐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상당수 해외자본의 경우 실제 인수보다는 업계와 해당기업의 정보파악을 목적으로 이곳저곳에 인수제안서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금융계는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의 행태에도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조정과 외국자본의 움직임이 이상하리만치 맞물려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이들이 신용평가사와의 암묵적 담합을 통해 부당하게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치(外治)가 관치(官治)를 부른다=뉴브리지캐피털은 지난 98년 12월 제일은행을 5,000억원에 인수했지만 3년간 보장된 사후손실보전(풋백옵션) 덕분에 인수대금의 10배가 넘는 5조원 이상의 돈을 받았다. 뉴브리지 외에 다른 외국자본들도 국내 금융사나 기업을 인수할 때면 풋백옵션이나 우발채무에 대한 보상(인뎀니피케이션)을 요구하는 것이 상례다. 이들은 결국 이 같은 장치를 통해 부실부담을 없앴기 때문에 굳이 시장에 협조하려 들지 않는다. SK글로벌이나 LG카드의 처리과정에서 보여 줬던 제일은행 등 외국계은행의 행태가 이를 반증한다. 한 시중은행장은 “외국계은행이 기업금융을 무작정 회피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상업성의 잣대에만 치우쳐 기업이 어려움에 빠졌을 때 이를 외면,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결국 이 같은 외치(外治)가 관치(官治)를 불러오는 아이러니 한 상황이 수시로 생겨나고 있다”고 씁쓸해 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관련기사



이진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