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반도에 다시 '핵격랑'

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비밀리에 추진해 온 것으로 드러나 어렵사리 화해분위기에 접어든 한반도에 또다시 냉기류가 조성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은 어제(17일) 백악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이 이달초 평양을 방문한 켈리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에게 핵무기 개발을 추진중이라는 사실을 시인했다"고 발표하고 "이는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실질적으로 위반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공식적으로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우리정부의 '햇볕 정책'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칭, 대북 강경책을 펴 온 부시 행정부로서는 대북압박의 빌미가 생긴 셈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계획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진척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핵은 이번에 표면화됐다 뿐이지 오래전부터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외국의 정보기관들 가운데는 이미 개발을 끝내고 실전단계에까지 들어 간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북한이 켈리 차관보에게 개발계획을 시인한 것은 미국이 각종 증거를 제시,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서 보듯 북한이 숨기는 자세 일변도에서 벗어나 '자진 시인'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문제는 핵에 대한 미국의 강경입장을 고려할 때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을 수용할 것인가의 여부다. 이를 거부할 경우 지난 1994년과 같은 북핵 위기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로서는 큰 충격이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후 줄 곧 추진해 온 '햇볕 정책'도 풍파를 맞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대북 비밀지원설로 궁지에 몰려 있는 정부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며칠전 폐막된 부산 아시안 게임의 참가나 50만 감군설 등으로 화해무드에 젖어 있는 국민정서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수도 있다. 북한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개혁 개방을 내걸고 경제특구까지 지정해가며 경제난 타개를 위해 전력을 쏟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진퇴양난이다. 당장 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KEDO)의 건설 일정에 차질이 예상된다. 미국은 물론이지만 일본도 이를 묵과할 리 없다. 신의주 특구의 앞날도 어두워 질 것이다.. 결국 선택은 북한에 달렸다. 현재의 어려움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핵사찰을 받을 수 밖에 방법이 없다. 국제사회에서도 테러 지원국이라는 오명을 씻어야 한다. 정부도 북핵에 관한한 미국ㆍ일본 등과의 공조를 통해 사찰을 수용토록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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