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가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 계열사와 나머지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기업 등 2,568곳의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해보니 총자산 상위 50대 대기업 가운데 기업소득환류세 부과 대상은 단 한 곳도 없었고 상위 100대 기업으로 넓혀도 세 곳에 불과했다. 반면 총자산 1,201~2,000위 기업 중에서는 부과 대상이 37%나 됐다. 매출·이익과 사내유보금 비중이 큰 대표기업들이 과세 대상에서 빠져나간다면 기업소득을 가계로 환류해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취지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가 7일 재정학회·재정정책학회·지방재정학회 공동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운다. 자본금 500억원 이상 비금융 대기업 1,389곳을 시뮬레이션해보니 자산 하위 25% 기업군이 내는 기업소득환류세는 전체의 7.7%로 자산 비중의 2.7배나 됐지만 상위 25% 기업군의 세수 비중(69.5%)은 자산 비중보다 14%포인트 낮았다. 세 부담이 자산규모에 역진적이라는 얘기다.
10대 그룹 계열사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14.8%로 비(非)대기업집단의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기업(15.7~17.1%)보다 낮은 상황에서 기업소득환류세제까지 시행된다면 세부담의 역진성은 확대될 게 뻔하다. 그러잖아도 소득 환류 효과가 의심스럽고 '벌칙성 법인세'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법인세제만 복잡하게 하고 기업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세제라면 도입하지 않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