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행정도 고객감동시대
김종갑 특허청장
김종갑 특허청장
오랫동안 갖고 있던 질문이 하나 있다. 어디까지가 시장의 영역이고 정부의 역할이냐는 것이다. 정책 결정시마다 되풀이한 물음이다. 그러나 해답은 간단하지 않다. 오래된 논쟁이고 해석도 다양하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행정수요가 다른 만큼 보편타당한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
오늘날 정책 현안도 마찬가지다. 기술창업이 절실한데도 고위험 기술금융시장은 거의 전무하다. 시장이 형성될 때까지 기약 없는 시간을 기다려야 할지, 정부라도 직접 나서야 할 일인지 판단이 필요하다. 대ㆍ중소기업간 협업의 문화가 너무도 취약한 현실을 기업들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지켜볼 것인지, 정부의 개입을 통해서라도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지….
가뭄도, 홍수도 임금님 탓으로 여겨왔던 우리들의 오랜 인식 때문일까. 시장의 자율을 주장하면서도 정부의 역할에 거는 기대는 아직도 크다. 사적 자치의 영역이 분명한 경우에도 일정의 정부 역할은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 정부 각 부처에서는 행정혁신 바람이 일고 있다. 해야 할 정부역할을 제대로 하자는 움직임이다. 아직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준은 아니겠지만 공직사회가 크게 바뀔 징후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허청에서도 며칠 전 행정혁신경진대회가 있었다. 직원들의 행정혁신사례 발표는 감동적이었다. 직원들끼리 믿음도 강해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공사례를 축적, 확산해간다면 행정서비스의 질이 1~2년 내에 크게 달라지리라는 확신도 갖게 됐다.
바로 여기에 답이 있다. 시장을 중시하느냐, 정부의 개입이 우선돼야 하느냐의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행정이 고객인 국민들의 감동을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감동은 수긍과 국민적 합의로 이어진다. 국민의 뜻이 모이는 것보다 강한 정책수단은 없다. 결국 행정서비스가 국민들의 감동을 얻어내는 것에서부터 정책 현안들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 부문이 한때 3류로 평가된 적도 있다. 속상하지만 아마도 그런 평가를 받아 마땅한 수준의 서비스밖에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보다 높은 수준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자기혁신이 진행 중이다. 경제가 어렵다지만 혁신을 지속하는 한 희망이 있다.
입력시간 : 2004-10-31 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