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이부진 전면 부상… 그룹 '젊은 조직' 변화 본격화

삼성그룹의 이번 사장단 인사는 삼성의 3세 경영체제가 본격 출범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삼성은 우선 이번 인사를 통해 '이재용ㆍ이부진'의 투톱 체제를 굳히면서 3세들이 향후 그룹의 주력 계열사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확고한 토대를 마련했다. 이재용ㆍ부진 남매의 사장 승진과 함께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도 곧 단행될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보여 삼성그룹은 이재용ㆍ이부진 사장, 이서현 부사장이 이끄는 3세 경영시스템을 굳힌 것이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나타난 오너 3세들의 3각 구도는 향후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및 계열분리를 어느 정도 암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재용 사장, 왜 COO 그대로 유지됐나=이재용 부사장의 사장 승진은 이미 알려진 상황이다. 이번 인사에서 관심은 이재용 사장이 과연 무슨 역할을 맡는지였다. 뚜껑을 연 결과 현재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그대로 맡게 됐다. 인사 배경에 대해 삼성그룹은 "COO는 사업 전반을 관할하는 자리"라며 "글로벌 기업들과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고 미래 신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장래에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사업부문장 등 리스크가 있는 역할을 맡기보다 회사 경영 전반을 챙겨볼 수 있는 COO라는 보직이 훨씬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부사장이면서 COO인 것하고 사장이면서 COO인 것하고는 책임과 역할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며 "향후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COO만큼 좋은 자리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재용 사장은 앞으로 작게는 삼성전자를 이끌고 넓게는 매주 수요일 열리는 사장단협의회에 참석, 그룹 전반의 상황을 조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이 COO 직책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한마디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순택 부회장, 최지성 사장 등이 이 사장을 보좌하면서 그룹을 장악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부진 전무, 예상하지 못한 파격 인사=이부진 전무의 사장 승진에 대해 이인용 부사장은 "호텔신라와 삼성에버랜드에서 보여준 경영성과가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도 대 발탁을 능가한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하고 있을 정도로 깜짝 놀라는 분위기이다. 특히 호텔신라 대표이사로 승진한데다 에버랜드 전략담당 사장 겸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까지 겸하게 되면서 그의 향후 행보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재계는 이번 인사에서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ㆍ에버랜드ㆍ삼성물산(상사와 건설부문) 등으로 경영 보폭을 넓힌 것에 대해 삼성이 이재용 사장과 더불어 확실한 후계구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이부진 사장이 앞으로 더 경영 활동 반경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다. 호텔과 리조트, 건설과 상사에서 다른 분야로 확대도 예상해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신라 사장이 되면서 그만큼 더 활동반경을 넓힐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며 "어느 선까지 이부진 사장의 롤이 확대될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서현 부사장 승진, 3세 경영구도 확립=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역시 다음주에 단행될 임원인사에서 부사장 승진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에 따라 이재용ㆍ이부진 사장의 투 톱 아래 이서현 부사장까지 가세, 본격적인 3세 경영체제의 닻을 올리게 됐다. 특히 삼성그룹은 곧 단행될 후속 임원 인사에서 이들 젊은 오너들을 뒷받침할 참신한 인력을 대거 발탁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들 젊은 오너가 향후 경영권을 승계할 때 이를 뒷받침해주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의 '젊은 조직과 리더'가 반영된 이번 인사는 삼성그룹이 3세 경영 체제라는 새로운 향해를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