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세계의 사설] 오바마의 연설, 갈등만 부추겼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對)중동 연설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그가 연설의 주제를 벗어나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분쟁을 다시 수면 위로 끄집어낸 것은 유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정치적 혼란을 겪는 중동 지역에 관한 미국의 정책 비전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연설 직후 모두의 관심은 아랍ㆍ이스라엘 분쟁으로 쏠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국경은 지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이전에 기초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비록 그가 즉시 "양국의 안전을 위해 상호 합의를 바탕으로 한 영토 교환"을 언급하며 연설 수위를 조정했지만 언론은 '1967년 국경'을 주요 헤드라인으로 내보냈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서로의 영토에 로켓을 쏘아대며 분쟁을 이어갔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이스라엘을 방문할 당시 "만약 누군가가 내 두 딸이 살고 있는 집에 로켓을 쏜다면 나는 그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고 이스라엘도 나와 똑같이 행동을 취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며 이스라엘과의 동맹관계를 굳건히 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청중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2002년에 했던 '자유 의제(Freedom Agenda)' 연설을 참조해 이번 연설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되레 민감한 사항인 국경문제를 건드리며 이스라엘을 자극했다. 대부분 이스라엘 사람들은 1967년 이전 국경선에 기초해 국경을 재설정하는 것에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우려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이 친(親)이란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절대로 요르단강 서안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오바마의 연설을 통해 교착상태에 빠진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평화회담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 어떠한 성과도 달성하지 못했다. 오히려 쓸데없이 신경을 거스르는 부적절한 주제를 끄집어내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간 갈등만 부추겼다. 그는 미국의 주요 동맹 파트너인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심기마저 건드리며 양국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말한 대로 '영리한 외교'인지 오바마 행정부에 묻고 싶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