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재계 포커스] 판매직원 기형적인 임금체계

현대차 노조, 車 안 팔아도 기본급 인상분 90% 챙겨<br>생산성 급감에도 임금 올라 인건비 부담 눈덩이<br>노조 과도한 영업직 보호에 "경쟁력 약화" 우려


'영업실적이 하나도 없어도 기본급은 꼬박꼬박 오른다면….'

이런 회사가 어디 있겠나 싶겠지만 현대자동차 판매직원들에게는 가능한 일이다.


현대차 판매직원들이 올해 임단협에서 특별호봉승급을 사측으로부터 얻어내면서 기본급 인상액 중 약 90%를 조건 없이 받게 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지금까지 현대차 판매노조는 기본급 인상분의 80%를 정액으로 타고 나머지는 성과에 연동해 받았다. 80%도 높은 수준인데 이것이 더 올라간 것이다.

판매직원 기본급의 경우 정액 인상분은 극히 일부로 하고 실적에 따라 기본급이 올라가는 게 정상이다. 일단 올해에만 적용되지만 현대차 판매노조가 내년에는 기본급이 인상되면 조건 없이 100%를 다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귀족노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적 없어도 기본급은 올라가는 기형적 구조=현대차 노사는 지난 9월 임금 9만8,000원 인상과 성과급 300%에 500만원을 얹어주는 것 등을 뼈대로 하는 임단협을 타결했다.


문제는 세부 내역이다. 임단협 타결내용 중에는 차 판매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세부안이 담겨 있다. 차 판매직원들의 경우 올해 2호봉씩을 별도로 올려줬다. 이를 환산하면 기본급의 91.8%를 정액으로 받게 된다. 기본급이 1만원이 오르면 9,100원은 차를 팔지 않아도 무조건 오르는 구조다. 일반직이나 연구직 등 다른 직군과의 급여 차이 때문이라고 하지만 속내는 급여를 안정적으로 받겠다는 노조의 의도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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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같은 사례는 다른 자동차 업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영업직은 기본적으로 실적을 기반으로 급여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차 노동조합에 따르면 1994년 1인당 연간 판매대수는 6대에 달했지만 2004년에는 4.5대, 현재는 3.4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생산성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노조는 사측이 특별판매와 리스 등으로 차 판매 물량을 스스로 잠식하고 있어 자신들의 실적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성이 줄면 임금구조 개편과 노동유연성을 추진해야 하지만 거꾸로 실적과 관계없이 임금을 올릴 수 있는 구조로 가고 있다.

영업직의 근속연수도 다른 직군에 비해 월등히 높다. 지난해 기준으로 일반직은 평균근속연수는 12.9년, 연구직은 5년이었지만 영업직은 19.1년에 달한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나서 영업직을 보호해주다 보니 매장에 가도 제대로 된 시승이나 판매권유를 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계약 파기하면 2달 동안 다른 데서 차 못 사=노조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틀은 또 있다. 대기업 임원 A씨는 올 들어 현대차에서 그랜저를 사려고 했다가 일본 차로 방향을 틀었다. 지점 직원을 통해 그랜저 구입 계약했는데 약속한 시점에 차량 인도가 안 된 탓이다.

파업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A씨는 불성실한 직원의 태도에 다른 매장에서 차를 사려고 했지만 "2달 동안 살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현대차 지점이나 대리점 사이에 고객을 두고 과당경쟁을 벌일까 봐 한 곳에서 계약을 파기하면 그 직원과 다시 계약을 하기 전에는 2달간은 차를 사지 못한다는 내부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GM은 물론이고 벤츠나 도요타 등 수입 업체에는 없는 규정이다.

이러다 보니 현대차의 임금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41조6,911억원)에서 임금(5조9,68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14.3%에 달한다. 삼성전자(6%)나 LG전자(9.4%)는 물론이고 경쟁업체인 한국GM(1.8%)에 비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높다. 자동차 업계의 고위관계자는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넘으면 지속가능한 기업이 아니다"며 "과도한 임금으로 고객과 협력업체에 돌아갈 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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