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기운동/세계화] 5. 제일제당 '크런치오리엔탈'
'김치상품 글로벌화' 세계식탁 점령 야심
일본의 초밥 '스시'가 날 것을 싫어한다는 미국인의 오랜 편견을 깨고 뉴욕 월가에서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고 멕시코의 전통소스인 '살사'는 미국을 거쳐 전 세계의 소스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에 맞서 우리가 원조라며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대표적인 세계화식품 아이템중의 하나가 바로 전통 음식인 '김치'. 제일제당은 바로 이 김치를 무기로 "세계의 식탁을 점령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새해부터 힘차게 펼쳐나가고 있다.
그 첫번째 힘찬 진군은 2월초 막을 올리게 된다. 제일제당이 '크런치 오리엔탈(CRUNCHI ORIENTAL)'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로 내놓은 김치가 내달부터 8온즈(227g) 유리병에 담겨 LA를 기점으로 미국시장에 본격 상륙할 예정이기 때문.
우리의 김치를 '글로벌 상품'으로 키우기 위한 제일제당의 김치 프로젝트는 지난 99년부터 2년에 걸친 치밀한 세계시장 조사로부터 출발했다.
제당은 우선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시장을 1차 공략대상으로 설정, 10억원의 비용을 투자해 미국인들의 입맛과 취향을 샅샅히 조사했다. 미국 전역에서 샘플 조사를 실시했고, 국내 김치박사 1호인 김만조씨를 고문으로 영입해 핵심 연구원 6명을 투입해 글로벌 김치를 하나하나 설계해나간 것이다.
개발과정의 핵심은 김치의 전통제조법인 '발효'와 '절임'을 조화롭게 맞추면서 미국인이 선호하는 매운 맛을 제대로 찾아내는 것. 연구팀은 멕시코산 캡시캄 고추와 국내산 고추를 적절히 혼합, 마침내 독특한 매운 맛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또 해외 수출의 걸림돌이었던 '유통기한 1주일'이라는 난제에 부딪힌 끝에 '순간 발효정지 기술'이라는 새로운 공법을 개발했다. 김치의 유통기간을 6개월로 늘리면서도 김치의 역한 냄새까지 제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또 효율적인 현지 마케팅을 위해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하고 우리의 반찬처럼 '김치샐러드"라는 카테고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김치를 스테이크와 곁들어 먹도록 공략하겠다는 복안이다.
글로벌 김치 프로젝트팀의 안창언 부장은 "한국의 전통음식이 미국에 자리잡자면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면서 "현지화 된 한국식 문화라는 장기적이고 유연한 전략을 전개할 방침"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제일제당은 미국에 이어 '일본판 김치'개발을 완료한데 이어 앞으로 남미ㆍ유럽ㆍ아시아판 등 글로벌 김치 프로젝트를 지구촌 곳곳에 끝없이 펼쳐나갈 계획이다.
정상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