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오일머니 유치 나선 투자銀들 "어떡해…"

'이슬람채권 과세특례' 국회 통과 안돼<br>MB 印尼·말레이시아 순방 동행<br>실무협의 하려던 계획 수포로

이슬람채권(수쿠크) 발행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며 '오일머니' 유치에 나섰던 투자은행들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특히 법안 통과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 순방에 따라 나서 실무협의를 하려고 했던 계획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말레이시아 출국을 위해 인천공항을 찾은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상대방(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 등) 입장에서 방문을 앞두고 관심이 높았는데 법이 통과되지 않아 머쓱한 상황이다"고 아쉬워했다. 수쿠크 실무를 준비하는 투자은행(IB)들은 법안 통과를 전제로 진행하던 일들을 일단 중단했다. 한투의 수쿠크 관련 실무책임자는 "10일 말레이시아 현지 기관투자가와의 미팅이 예정돼 있는데 일정대로 진행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말레이시아 기관투자가들이 한국 공기업 및 민간채권 투자에 관심이 많았고 국내 기업 역시 법안통과 이후 내년 2월에는 채권 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지금으로서는 다 무산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말레이시아 등 현지에서는 구체적인 딜을 요구하고 있지만 법안이 두 번이나 국회 통과가 무산되며 수쿠크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수쿠크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제금융시장이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서 외화차입선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슬람채권에 대해 차별할 이유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조세소위를 통과하고도 전체회의에서 처리가 무산됐다. 소위 통과 후 전체회의에서 보류된 것은 이례적이다. 법안에 반대한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이슬람채권은 일반 채권이 아닌 실물거래 형식을 이용해 발행하는 증권 성격이기 때문에 특혜를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수쿠트 채권 발행 무산이 테러자금 유입이란 이유와 함께 일부 종교계의 반발을 의식해 경제적 이익을 걷어 찬 무지의 소산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이슬람법에서는 이자 수수가 금지돼 있어 순수한 채권으로는 자금을 유치할 수 없다. 따라서 별도의 해외법인을 만들어 배당 혜택 등을 제시해야 하는데 기존 외화 표시 채권에 부여하는 세제 혜택을 주자는 게 수쿠크 법안의 골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