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위기 EU, 향후 3~5년간 0% 성장… 獨·佛 등 경제 양호해 붕괴는 없을 것
美 불안한 경기상황은 유동성함정 탓… 추가 양적완화 대신 재정지출 늘려야
"중국의 부동산 버블은 당국의 일관된 시장규제 조치로 해소됐으며 경기는 지난 2ㆍ4분기를 저점으로 이미 반등 국면으로 돌아섰습니다."
판강(樊綱ㆍ59) 중국 국민경제연구소장은 월별로는 지난 6월을 기점으로 바닥을 찍고 중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 하반기에는 상승 기조를 타면서 연간 전체로는 8% 성장률을 달성하며 중국 정부가 그동안 지켜온 바오바(保八ㆍ8% 성장률 유지) 정책이 지켜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재정위기 심화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붕괴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유럽 경제에 대해 독일ㆍ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주축국들의 경제기초가 기본적으로 양호한 상태라며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을 겪겠지만 장기적으로 붕괴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제의 불안한 경기 상황에 대해서는 미국의 문제는 돈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도 돈이 돌지 않아 발생하는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 있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판 소장은 "돈이 유통될 수 있게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서 돈이 투자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은 최근 베이징시 시청구에 있는 그의 연구소를 찾아가 중국을 포함한 주요국 경기전망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세계 경제를 견인해온 중국 경기가 수출악화에다 내수부진까지 겹치면서 경착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4~5월에 개인적으로 2ㆍ4분기 성장률을 7.5%로 예측했는데 실제 수치는 7.6%로 나왔습니다. 이는 6월부터 경기가 상승 반전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중국 경기가 이미 연착륙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착륙이란 이미 중국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것입니다. 경기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반등할지는 미지수지만 정부의 적절한 재정ㆍ통화완화 기조가 이어지며 올해 전체로는 8% 성장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동안의 성장률 감소는 경기침체에 따른 하강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 말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4조위안의 대규모 재정정책에 따른 자산 버블이 해소되는 정상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올 하반기 중국 정부가 추가 기준금리 인하, 재정지출 확대 등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을 펼 것으로 보십니까.
▦지금은 적극적인 경기확장 정책이라기보다는 긴축 정책에서 중립 정책을 거쳐 완만하게 통화완화 정책으로 가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하반기 은행의 대출여력을 높이기 위해 추가 지급준비율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 상황을 봐가며 신축적으로 사용 여부를 결정할 것입니다. 과거 6%대까지 올랐던 인플레이션이 2.2%까지 떨어져 당국의 기준금리 인하 여지가 커졌기 때문에 경기 상황이 불안한 흐름을 나타낼 경우 추가 기준금리 인하 카드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 재정위기 악화 등으로 유로존 붕괴론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유로존 경기는 장기적으로 낙관적으로 봅니다. 단기적으로 재정위기를 풀기는 힘들겠지만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규모는 88%로 100%를 넘는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합니다. 문제의 국가들도 긴축 정책을 펴면서 정상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0%대 성장 등 스태그네이션(장기 경기침체)이 있겠지만 2009년 때처럼 마이너스 성장의 경기침체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리스ㆍ스페인 등 남부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독일ㆍ프랑스 등 주축국은 물론 스칸디나비아 등의 경제는 전반적으로 양호합니다. 문제는 크지만 통제 불가능한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재정위기는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는 사안인 만큼 향후 3~5년은 성장률 0%대의 스태그네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의 고실업률 지속 등 경기불안이 계속되면서 당국이 3차 양적완화(QE3)를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는데요.
▦미국 경제는 시중에 돈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이 많아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아 경기가 시들해지는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더 푼다고 해서 경기가 좋아지지 않습니다. 미국의 통화정책 수장인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추가 양적완화 대신 돈이 돌 수 있도록 투자유인을 정부가 만들어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야 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엄청난 재정적자 문제 때문에 함부로 재정을 풀 수 있는 처지가 아니어서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미국의 정상 성장률은 3~4%이지만 향후 몇 년간 1~2%의 저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됩니다.
-중국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수출주도에서 내수중심으로의 성장 모델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대전환 과정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경제성장 모델 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 경제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외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중국이 지나치게 수출의존형 국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수출이 GDP의 70%가량을 차지하지만 외국 다국적기업이 가공무역을 통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분을 제외하면 실제 중국의 수출의존도는 15%에 불과합니다.
중국은 경제개발을 위해 투자가 필요한 개도국이기 때문에 미국처럼 소비주도 경제로 너무 빨리 움직이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물론 저축률과 투자의존도가 너무 높은 반면 소비 비중이 낮은 것은 문제입니다. 장기적으로 민간소비를 늘리기 위해 근로자 소득을 꾸준히 늘려주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중국 위안화는 올 들어 달러화 대비 절하하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위안화의 일방적인 절상 시대는 이제 끝난 것인가요.
▦환율은 상대적인 것입니다. 자국 통화 요인에 의해 움직이기도 하지만 상대방 국가의 통화가치 변화에 따라 변동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향후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의 향방에 따라 변동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유럽 재정위기가 지속되며 유로화가 약세를 나타내 상대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기 때문에 위안화 가치도 달러화 대비 약세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몇 년 전에는 위안화 저평가 문제가 국제 이슈였지만 지금은 버락 오바마 정부가 직접적으로 무역 문제, 일자리 창출 문제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중수교 이후 지난 20년간 양국의 무역ㆍ투자 등 경협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향후 공동 발전을 위해 양국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올해 시작한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신속히 마무리함으로써 통합 경제권으로 한발 더 나아가는 것이 양국의 공동 발전에 유리합니다. 무역ㆍ투자 장벽을 제거해 민간 부문이 규제 없이 자유롭게 시장거래를 하도록 해야 합니다. 시장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한중이 먼저 FTA를 체결하고 일본을 여기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은 일찌감치 산업화를 이루고 선진화한 경제로 당장 한중과 통합이 힘든 측면이 있는 만큼 한중이 먼저 통합하고 순차적으로 일본까지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