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경제 개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그 동안 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개혁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 ‘유럽연합(EU)의 문제아’로 까지 낙인 찍힌 독일과 프랑스가 재도약 발판 마련을 위해 경제 개혁에 나서고 있다. 또 유럽연합(EU) 정상들도 오는 27일 영국의 햄프턴코트에서 열리는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경제 개혁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독일의 대처’로 불리는 차기 총리 지명자 앙겔라 메르켈 기민당(CDU) 당수가 24일(현지시간) 독일 CDU 당사에서 열린 연정 2차 회담에서 사회보장비용을 줄여 정부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해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 측과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연금 예산은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3년 연속 동결되고, 실업 수당 지출은 최소한 120억달러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독일은 이를 기반으로 ‘재정적자 3% 이내’라는 EU 가입 당시 목표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게오르그 밀브라트 CDU 재정담당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지출을 줄이는 과정은 고통스러울 것”이라면서도 “일반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독일의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더 이상 쉬운 해결책으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도 기존의 온건주의를 버리고 강도 높은 경제 개혁에 나서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빌팽 총리는 유럽 최대 전력업체이자 국영기업인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일부 민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빌팽 총리는 60억~107억달러 규모에 해당하는 정부 지분 15%를 민간에 매각할 방침이다. 빌팽 총리가 중도 개혁 노선을 수정한 것은 프랑스 경제가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노동법 개혁, 공기업 민영화 등의 피나는 노력 없이는 탈출구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빌팽 총리는 노동계의 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부터 근로 연수 2년 이하의 근로자를 기업이 자유롭게 고용ㆍ해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새로운 노동법을 발효시키는 데 앞장섰다. 또 코르시카에 위치한 국영 해운업체 SNCM 민영화를 3주가 넘는 SNCM 노조의 장기 파업에도 아랑곳 않고 밀어붙였다. 저성장ㆍ고실업의 고질적인 유럽병에 시달려온 독일과 프랑스가 나란히 유럽병 치유책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실제 독일과 프랑스의 2ㆍ4분기 국내총생산 성적표는 각각 0.6%, 1.3%. 실업률은 독일 11.7%(9월말 현재), 프랑스 9.9%(8월말 현재) 수준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월 독일과 프랑스의 GDP성장률을 각각 0.8%와 1.5%로 하향 조정했다. 한편 오는 27일 영국에서 열리는 비공식 EU 정상회의에서도 경제 개혁은 주요 논제가 될 전망이다. 영국의 더글라스 알렉산더 EU장관은 “유로존 경제성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이 회의에서 주로 다뤄질 것”이라며 “사회적 정의 차원의 접근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너지 공급과 이민 문제 등과 함께 국제적인 도전에 직면한 EU 국가들이 어떻게 협력해서 개혁을 이뤄낼 지가 진정한 토론 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