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 밤의 꿈이었나`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로또잔치`가 100명중 3명꼴의 당첨자를 낸 채 막을 내렸다. 그나마 1등 당첨금 835억원의 천문학적 금액을 한 사람이 독식하지 않은 점에 대해 위안을 삼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허탈한 표정과 긴 한숨을 내 보이며 `한탕 대박잔치`를 이대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로또복권 운영자측은 1등이 다수 나온데다 이번주부터 당첨금 이월이 2회로 제한돼로또 열풍이 진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당첨금 규모가 여전히 수십억원을 넘고, 로또복권 구입 붐이 점차 습관화되는 현상까지 있어 열기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복권 구매 100명중 97명은 꽝=지난 10회차 로또복권 판매금액은 총 2,600억원으로, 게임(한게임당 2,000원) 수는 1억3,000만 건이다. 이중 1등부터 5등까지 총 당첨자 수가 412만명이므로 당첨확률은 3.1%다. 즉 100명 중 97명은 낙첨 됐다는 것이다. 물론 1인당 1게임 이상 구매했다고 보면 1인당 당첨확률은 다소 높아지겠지만 투자비용을 놓고 볼 때는 극히 비정상적인 투자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한편 이번 로또복권은 확률게임을 여실히 증명했다. 1등 당첨 확률이 814만분의 1임을 감안하면 그의 15배인 이번 게임(1억3,000만)에서 13명이 1등 당첨된 것은 짐작 가능한 일이었다고 운영자측은 밝혔다. 반면 수천만명의 로또 참가자 중에서 `본인 자신`이 835억원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는 확률은 3조2,000억분의 1도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주일 속앓이`허탈감만 남아=일주일간의 광란이 끝난 뒤 대다수 복권 낙첨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40대 실직가장이라는 한 네티즌(stersgi)은 “300만원을 대출 받아 로또복권을 구매했지만 결과는 4등 8개, 5등 13개”라며 막막할 뿐이라고 전했다. 생전 처음 복권을 사 봤다는 가정주부(아이디 sym6777)는 “평소에 10원도 가계부에 적다가 주위 분위기에 휩쓸려 남편 몰래 10만원어치를 샀지만 간신히 1만원 됐다”며 “이제 복권을 사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주일동안 희망에 부풀어 지냈다는 지방 대학생은 “구름위로 붕 떴다가 추락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사행심조장과 함께 국민사기극을 펼치는 정부는 당장 로또복권제를 폐지하라”(yune9306), “꿈에서 깨어나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pygoo101),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겠다”(pt9999) 등의 반응도 나왔다.
◇로또 열풍 지속될까=한 사람이 835억원을 거머쥐는 `초대형 대박`이 터지지 않아 대박열기가 수그러들 가능성이 높다고 운영자측은 보고있다. 특히 당첨금 이월횟수가 2회로 제한, 엄청난 `판` 이 벌어지기 어려운 점도 로또 열풍의 진정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전국적인 로또 과열양상과 사행심리가 쉽게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다. 이월 횟수를 2회로 제한하지만 외국사례를 감안할 때 3회이상 이월될 확률이 1% 이하여서 이월횟수를 2회로 제한하든 3회로 제한하든 큰 차이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또 1등 당첨자가 13명이나 나온 점은 오히려 소액구매자로 하여금 복권을 더 사도록 만드는 심리적 효과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운영자측의 예상대로 로또열기가 진정되면서 주당 당첨금이 40억∼50억원 수준이더라도 한차례 이월되면 100억원, 2차례 이월되면 200억원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로또의 매력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