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물가 ·비용부담도 커져 외환보유액 규모 적정여부 또 논란

[美, 한국 외환시장 개입 비판]<br>달러 구입위해 원화 풀면 인플레이션 압력 높아져<br>정부 통화정책 놓고 고민 "운용방식 재검토" 주장도



미국 재무부가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개입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한 보고서가 알려진 7일. 한국은행은 공교롭게도 외환보유액이 한달 사이에 43억달러(1.5%)나 늘어 '마(魔)의 고지'로 인식됐던 3,000억달러에 근접했다는 통계를 내놓았다. 동시에 나온 한은의 통계와 미 정부의 보고서는 한편으로 외환보유액의 적정 규모에 대한 논란에 다시 한번 불을 지피는 양상이다. 가뜩이나 물가 급등으로 거시 정책의 궤도 수정, 즉 환율 절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외국의 비판을 무릎 쓰면서까지 보유액을 늘려야 하는지, 덧붙여 운용의 방식은 차제에 재검토할 필요가 없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000억달러는 시간 문제… 거세지는 비판 수위=한국의 외환보유액이 2,900억달러를 넘어 사상최고치에 다다랐던 지난해 10월 중순.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문제를 정면으로 트집 잡았다. 심지어 노다 호시히코 재무상은 "주요20개국(G20) 의장국으로서의 역할을 엄하게 추궁 당할 것"이라는 '선을 넘는 발언'까지 꺼냈다. 이후 우리의 외환보유액은 국제금융시장의 상황이 변했던 탓도 있었지만 증가 속도가 주춤했고 지난해 말에는 2,915억달러로 내려앉았다. 그런데 한달 만인 지난 1월 말 현재 보유액은 종전 최고치보다 26억달러나 늘어난 2,959억6,000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7일 발표됐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 2,020억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940억달러나 증가한 것으로 한국투자공사(KIC)에 새로 위탁하는 30억달러 규모를 포함하면 당장이라도 3,000억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얘기다. 늘어난 외환보유액을 예상이라도 한 것일까. 미 재무부는 당초 일정보다 4개월 늦게 내놓은 '세계경제 및 환율 정책'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원화 가치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높은 수위로 시장 개입을 비판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지난해 말 원화 가치가 금융위기 이전 2007년의 최고점보다 24% 저평가됐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외환 정책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외환당국 고위관계자)"이라고 밝혔지만 원화 절상에 대한 압박으로 충분히 읽힐 수 있는 만큼 부담스런 빛이 역력하다. 외환보유액 규모가 커질수록 선진국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있고 통화 정책의 운신이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적정보유액, 보유 방식 등 다시 논란=외환당국도 이런 상황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적정한 보유액은 얼마나 되며, 시장 개입의 범위를 어느 선까지 해야 하느냐는 것. 적정 보유액에 대한 논란은 두 차례의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계속돼왔다. 그러면서 대략 수렴된 규모가 3,000억달러였다. 이렇게까지 많은 규모가 필요하냐는 반대론이 제기돼 왔지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국제시장이 조금만 변해도 외인자금이 썰물을 이루는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는 논리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실제로 2006년부터 2008년 사이에 빠져나간 외국인 주식자금만 833억달러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런 점을 감안해 3,400억달러를 적정보유액으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 다시 한번 변화의 기운이 돌고 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환율 절상 요구가 다소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올해 신흥시장에 대한 평가 절상 요구 수위는 어느 해보다 높을 듯하다. 국내 경제 상황도 인위적으로 높은 환율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물가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상황에서 시장 개입을 통해 보유 달러를 늘리는 것이 합당하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과다보유 비용이 적지 않다. 특히 외평채 발행으로 보유액을 늘리면 미국 국채금리와 외평채 금리와의 차이만큼 역마진이 난다.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기 위해 원화를 풀면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다가온다. 익명을 원한 한 민간연구소 고위임원은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라면 적정한 외환보유액은 얼마이며, 통화 구성 방식은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외환보유액 급증이 물가 급등과 동반해 일어나고 있는 만큼 거시(환율) 정책에 대한 전략을 원점에서 새로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