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2일 저녁(현지시간) 독일연방하원 주요 인사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독일의 과거사 청산방식에 대해 존경을 표시했다.
독일 방문 후 지금까지 일본의 과거사 청산방식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던 노 대통령의 이 같은 독일 과거사 언급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분쟁 촉발과 교과서 왜곡 문제 등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숙소 호텔에서 하르트무트 코쉭 독ㆍ한의원친선협회장과 쨈브리츠키 경제협력개발위 부위원장 등 20여명의 독일연방하원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독일의 과거사 청산방식을 존경합니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가장 부러워하는 세 가지로 독일 통일과 EU 통합, 독일의 과거사 청산으로 꼽은 뒤 “(독일은) 부끄러운 과거를 솔직히 인정하고 진지하게 반성할 줄 아는 양심과 용기,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실천을 통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했다”고 추켜세웠다.
노 대통령은 또 “전쟁이 끝난 지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지속하고 있고 역사 교과서 또한 이웃 나라들과 협의를 거쳐 편찬하고 있다”고 언급, 정부 차원의 배상은 끝났다는 일본의 공식 입장과 문무성 주도의 교과서 개악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독일의 이런 노력이 주변국과의 화해를 이뤄내고 오늘의 EU 통합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라며 “동북아시아에 평화와 번용의 질서를 만들어가야 할 우리로서는 참으로 부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독일 주요 언론들은 노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11ㆍ12일자에 ‘호전적인 일제의 위대함 추모(디 벨트)’ ‘일본의 어두운 그늘(FAZ)’ 등 제목의 사설과 기사를 통해 일본의 민족주의 발호를 비판하는 논평을 일제히 게재해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독 문화홍보원 관계자는 “쾰러 독일 대통령이 지난주 일본을 방문하는 등 독ㆍ일 관계가 정점인 시점에서 이런 보도는 이례적”이라며 “일본의 역사 왜곡이 독일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게 독일 언론의 진단인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