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은행없는 은행이 온다] 2부 <4> 뱅크월렛카카오 직접 써보니

카톡친구 계좌번호 몰라도 송금 OK…"말 걸듯이 보내면 되네"

뱅카 비밀번호 4자리만으로 송금 가능… 보낸 돈 현금화는 다음날 정오 지나야

카톡방서 회비 걷기 서비스도 곧 출시… 뱅크머니로 온·오프결제는 시간걸릴듯


뱅크월렛카카오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노란색 동전 모양의 '송금' 버튼을 누르자 카카오톡에 저장된 친구목록이 주르륵 떴다. 얼마 전 득남한 선배의 이름을 선택하고 송금금액 5만원과 메시지를 적었다. 뱅카 비밀번호 4자리를 입력하자 송금이 끝나고 카톡 창이 떴다. 선배와의 카톡 대화창에는 '뱅크머니 5만원을 보냈습니다. [보내면서 한마디] 선배 득남 축하드려요~~~'라는 메시지가 내 이름으로 전송된 것이 보였다. 선배가 송금내역을 확인하자 '카톡' 소리와 함께 '11월11일 09시52분에 보내주신 뱅크 머니 5만원을 잘 받았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왔다.

11일 오전9시 첫 출시된 뱅카를 설치하고 직접 송금을 해봤다.


사이버머니인 뱅크머니를 충전하는 데 필요한 숫자는 계좌 비밀번호 4자리, 송금에도 뱅카 비밀번호 4자리만 있으면 모든 것이 끝났다. 충전도, 송금도 모두 '정말 이걸로 끝난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르고 간단했다.

그동안 다달이 월세를 내느라, 친구와 여행적금을 붓느라, 축의금을 전하느라 얼마나 많은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적어왔던가.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물어보지 않아도 카톡 친구로 등록만 돼 있으면 누구에게든 송금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기막혔다.

◇탁월한 송금 서비스…카톡방에서 회비 걷기 기능도 출시될 듯=핵심 서비스인 송금 기능은 기대만큼 만족스러웠다. 계좌번호나 공인인증서 번호, 보안카드 모두 필요 없이 카톡 친구에게 말을 걸듯 돈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은 경험해보지 못한 서비스였다. 앱 디자인이나 사용 방식 등 사용자환경(UI)도 재미있었다. 로딩시간은 동전이 하나씩 쌓이는 모습으로 표현했고 페이지마다 카톡 이모티콘으로 친숙한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들이 등장해 사용 안내나 주의할 점을 쉽게 설명해줬다. 카톡을 통해 전달되는 송금 메시지는 오른쪽 상단 모서리에 동그란 배지 형태의 인증마크 표시가 도드라졌다. 일반 메시지와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스미싱 예방 등 보안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금융결제원 측의 설명이다.


더 많은 기능이 추가될 예정인 송금 서비스는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지금은 한 번에 한 사람에게 송금하는 것이 전부지만 조만간 한 사람이 여러 사람에게 각각 한꺼번에 돈을 보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또 여러 모임에서 대화와 모임 공지 등에 '카톡방'을 이용하는 것을 고려해 회비를 낼 수 있는 기능도 개발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카톡방에서 총무가 '회비 1만원'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회원들이 해당 메시지를 터치하면 뱅카가 바로 실행된다. 뱅카에는 이미 송금액수 1만원, 받는 사람은 총무로 세팅돼 있고 사용자는 송금 버튼을 누르고 뱅카 비번만 입력하면 바로 송금이 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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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온라인상에서 돈을 주고받고 사용하는 것은 별문제가 없었지만 송금한 돈을 현금화하는 것은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 일반 계좌이체는 이체 후 상대방이 바로 돈을 사용할 수 있는 반면 뱅카는 뱅크머니를 받고 다음날 정오가 지나야 연동계좌로 돌려받을 수 있다.

송금을 하고 잘못 보낸 경우 송금 취소를 바로 할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다음날 정오가 지나야 계좌로 돈을 돌려받아 현금화할 수 있다.

송금 수수료도 든다. 도입 초기여서 수수료가 공짜지만 곧 건당 100원의 수수료가 붙는다. 반면 온라인이나 모바일뱅킹은 다소 불편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수수료가 무료다.

뱅크머니 충전 때도 불편한 점이 있다. 하루 최대 50만원까지 충전할 수 있지만 1회에 30만원까지밖에 충전할 수 없다. 즉 50만원을 충전해두려면 30만원을 충전하고 20만원을 한 번 더 충전해야 한다. 온라인상품 구매시 공인인증서 비밀번호가 필요 없는 한도가 30만원까지이기 때문이다.

◇온·오프라인 넘나들기에는 역부족=출시 첫날, 송금은 문제없이 가동됐지만 뱅크머니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결제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했다. 원래 이날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온라인 가맹점 뱅크머니 결제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은 것. 뱅카와 자매 프로그램인 카톡에서도 뱅크머니로 기프티콘 등 선물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할 예정이었지만 오후3시까지도 뱅크머니 결제가 불가능했다. 역시 이날 뱅크머니 결제를 시작하기로 한 온라인 가맹점에서도 뱅크머니 결제 버튼을 찾을 수 없었다. 모바일쇼핑몰인 카카오픽은 다음주부터 결제가 가능하고 온라인쇼핑몰 결제회사들과 뱅카 결제를 개발하는 단계여서 온라인에서 뱅크머니를 쓰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오프라인은 더 갈 길이 멀다. 뱅크머니는 앱으로 바코드를 띄워서 보여주거나 근거리무선통신(NFC)기능을 통해 오프라인 결제를할 수 있는데 바코드 결제 방식은 내년 2월께에나 가능하다. NFC는 SK텔레콤이나 KT 통신사의 안드로이드 기기만 가능하고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도 편의점 CU 등으로 제한적이어서 사용이 확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결원 측은 "세븐일레븐과 이마트· 신세계백화점·AK플라자에서는 모바일 현금카드 결제가 가능하며 스타벅스와 교보문고·ABC마트 등에서 뱅카 결제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개발 중인 카카오포인트와 쿠폰 등 부가서비스와 관련해 가맹점들의 문의가 많다"며 "내년 출시되는 부가서비스 확대와 함께 뱅크머니 사용 가맹점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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