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2일 세월호특별법의 핵심쟁점인 특별검사 추천권과 세월호 청문회의 증인 채택을 놓고 아예 협상도 하지 않은 채 상대방에 대한 비난공세만 퍼부었다. 이에 따라 여야가 약속했던 13일 세월호특별법과 민생·경제법안 처리는 물 건너가며 장기표류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여야 각 주장의 허실을 밝히고 오해와 진실을 분석한다.
◇여당안 진상조사 한계 우려=새누리당은 지난 7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대로 특검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한 대통령의 특검 임명을 고수하면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호성 제1부속실장 등의 청문회 증인 출석에는 반대한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조사위의 수사권과 기소권은 "사법질서를 흔들 염려가 있다"며 불허하는 대신 조사활동을 위해 자료제출권과 동행명령권을 부여했다.
여당은 진상조사위 활동 이후 특검을 실시하자는 입장인데 법조계에서는 여당안대로라면 조사위가 활동할 때 동행명령을 어긴 측에 과태료(3,000만원) 부과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본다. 개인이나 기관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에는 아예 과태료도 없다. 노무현 정권에서 '친일반민족행위 진상조사규명위원회'나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가동됐지만 이런 이유로 큰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특검을 해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이 청와대 등을 제대로 수사할지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6월 발표된 상설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은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협회장, 여야(각각 2명)가 추천한 7명의 위원이 두명의 특검 후보를 정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하지만 역대 11번의 특검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적이 없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미 검찰 수사를 통해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말을 맞춘다"며 "특검에 파견된 검사나 수사관들도 복귀했을 경우 인사상 불이익이 없는지를 따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가족은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를 고집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수사를 할 수 있는 진상조사위나 특검이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검경 수사, 국정조사가 진행 중이고 국정감사, 특검이 예정돼 있는데 조사위에 수사권·기소권을 주면 사법 체계가 흔들린다"고 말했다.
◇야당안 대의민주주의 원칙 훼손=새정치민주연합은 7일의 양당 원내대표 합의를 깨고 야당이나 진상조사위의 특검추천권 확보를 주장한다. 현행 특검 추천 방식으로는 공정성을 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야당의 특검추천권을 거둬들였다가 당 안팎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자 특검후보추천위원 국회 몫 4명 중 3명을 야당에 할애할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의 특검후보추천위원회는 박 원내대표가 법사위원장 시절 통과된 법으로 야당이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면서도 자신들이 추천하겠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은 야당이 추천해 이광범 전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가 임명됐지만 당시 이명박 대통령 일가에 면죄부만 주고 끝났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국회 몫 4명 중 3명을 달라고 하는 것이나 2명의 특검 후보를 추천할 때 야당 의견을 반영하자는 제안 모두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새누리당은 현재 국회 300석 중 158석을 확보하고 있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의석 수 과반이 넘는 여당에 숫자를 양보하라는 것은 국회 운영 원칙을 모두 깨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사 새정치연합이 실질적인 특검추천권을 확보하게 된다고 해도 '실패한 특검'이 될 경우 새정치연합은 국정 마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게 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핵심쟁점인 세월호 청문회 증인 채택과 관련해서도 야당의 주장대로 청와대의 김 실장과 정 제1부속실장, 유정복 인천시장(전 안전행정부장관)이 나오더라도 정치공세에만 머무르고 실질적인 책임소재를 가려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무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