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삼천리그룹<주>삼탄(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인니 「키데코」 파시르탄광/“뛰어난 탄질”… 오지서 「노다지」 캔다/현지발전소·한전등서 주문 물밀듯/2000년까지 연1,000만톤생산 박차/“또다른 자원개발” 중·베트남서 탐사 활발도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 북동쪽으로 1천3백20㎞. 서울-부산간의 세배가 넘는 거리를 2시간여를 들여 날아간 보르네오섬은 적도의 폭염으로 이맛살을 절로 찌푸리게 한다. 착륙 10분만에 와이셔츠는 땀으로 범벅이 된다. 행정구역상으로 칼리만탄주 발리파판시. 이곳에서 다시 자동차로 남쪽을 향해 3시간을 달려야 파시르광업소의 노천탄광은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낸다. 파시르광업소는 삼천리그룹의 자원개발업체 삼탄(대표 허석)이 1백% 출자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키데코(KIDECO·자본금 2백20억)의 유연탄 생산현장. 공식 광구면적만 5만4백ha로 서울(6만ha)과 맞먹는다. 면적에 걸맞게 매장량 역시 9억4천3백만톤(고질:2억2천9백만톤, 중질:7억1천4백만톤)에 이른다. 이중 실제 캐낼 수 있는 양이 4억5천5백만톤에 이르니 매년 6백만톤씩 캐도 75년간은 채탄할 수 있다. 파시르탄광의 개발사는 국내기업의 해외자원개발 역사나 다름없다. 키데코의 파시르탄광을 해외자원개발의 성공사례 1호로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파시르탄광 개발은 1980년 10월 광업진흥공사에서 해외자원개발 본격화를 위해 현지 지질조사를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지질타당성 조사에 이어 한일시멘트가 연료용 유연탄을 개발 수입키 위해 현지조사를 시행한후 81년 2월 인도네시아 석탄공사로부터 파시르탄광 개발 기본승인을 취득했다. 82년에는 실수요업체인 한일시멘트를 비롯, 삼탄의 전신인 삼척탄좌, 범양상선, 용산화물, 태웅 등 5개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 「한·인니자원개발」사를 설립했다. 이어 같은해 9월 현지법인인 「키데코 자야 아궁」사를 설립, 단독개발방식에 의한 조광계약을 인도네시아 석탄공사와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생산개시후 30년. 한국측이 자본, 기술, 경영권을 갖고 현지 정부가 시설소유권을 갖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당초 사업개시후 10년이내에 전체주식의 51%를 인도네시아 국적인에게 양도하는 조건이었던 것이 지난 94년 외국인투자법 개정과 함께 생산개시후 15년 이내에 1% 지분만 현지정부측에 양도하는 조건으로 바뀌었다. 삼탄측에 사실상의 영구영업권을 부여한 것이다. 대신 삼탄은 최종생산물의 13.55%를 현물로 정부측에 제공하기로 했다. 오늘날의 키데코가 있기까지는 적지않은 부침을 겪어야 했다. 대표적인게 80년대말 당초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업체들이 삼탄을 제외하고 모두 지분을 철수한 것. 탄광이 워낙 오지에 위치한데다 석탄가까지 내림세를 보이며 수지를 맞추기 힘들 것이라는 계산때문이었다. 삼탄의 모험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탄광 개발사업에 사운을 걸고 나섰다. 89년말 1억2천만달러를 투자, 광산개발에 본격 나서면서 삼탄은 우선 항만 도로 등 인프라 구축에 전력을 기울였다. 광업소에서 전용항만인 타니메라항구까지의 도로와 타니메라항만을 자체적으로 건설했다. 이렇게해서 92년 10월 최종 일관생산체제를 갖추고, 92년11월 시험생산을 거쳐 이듬해 3월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개시했다. 지질조사를 실시한지 13년만에 생산이 시작된 것이다. 『삼탄이 걸어온 석탄외길의 결정판』(키데코 김성국이사)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세월이었다. 상업생산 이후 키데코는 순풍의 항로를 거듭했다. 생산 첫해 1백만톤, 94년말 2백만톤 생산에 성공한 키데코는 95년 2백50만톤을 뽑아내며 생산 2년만에 흑자를 실현했다. 김이사는 4백50만톤을 생산해낼 것으로 보이는 98년께는 투자원본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3년만에야 겨우 생산이 가능할 정도로 더딘 준비작업끝에 검은 황금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파시르탄광의 급성장은 월등한 탄질과 안정적인 공급선에 힘입은 것이다. 파시르탄광에서 특이한 점중 하나가 탈황설비가 없다는 것. 유황분및 회분은 탄질을 재는 척도. 탄질의 평균이라는 호주탄의 유황분 및 회분량이 0.7%와 13%인데 비해 파시르탄은 0.2%와 2%미만에 불과해 재처리과정이 전혀 필요없다. 파시르의 탄질은 「청정탄」인 셈이다. 노천채탄방식으로 채탄비가 저렴한데다 재처리과정까지 필요치 않아 최적의 경제성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또 파시르탄광은 한국전력공사라는 안정된 대규모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다. 96년 생산된 유연탄 2백80만톤중 2백20만여톤이 한전에 공급됐다. 나머지 역시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 페이톤이라는 인도네시아 국내발전소가 이미 고정 수요처로 자리잡았고, 현재 건설중인 민영발전소에도 추가 공급이 예정돼 있다. 삼탄은 2단계 증설공사를 완료하면 일본과 중국 등으로의 수출을 최대한 확대할 계획이다. 현지 관계자들은 현재 원가절감이 문제일뿐 판매에는 아무런 걱정이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이같은 자신감이 상업생산 3년만에 2단계 증설공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7월 공사에 들어가 98년3월 완공예정인 증설공사에 투입되는 금액은 6천3백만달러. 총투자금액 역시 광업진흥기금 등의 차입금 1억4천5백만달러를 포함해 2억2천3백만달러로 늘어나게 된다. 키데코는 증설공사가 완공돼 본격 생산에 들어갈 경우 2000년께 총 생산규모가 연 1천만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룹 내부에서는 한술 더떠 이미 3, 4단계 증설공사를 위한 타당성 조사에 착수했다. 파시르탄광에서 자신감을 얻은 삼탄은 다른 자원개발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술라웨이 지역의 동광 2개 ▲칼리만탄의 금광 2개와 탄광 2개의 탐사를 진행중인 것을 비롯, ▲베트남 쾅닌 안티모니광 2개 ▲중국 복건성의 아연광 2개를 본격 개발하고 있다. 5만ha가 넘는 대지위에서 땀흘리는 9백여명의 일꾼들 얼굴에서 오지에서 일한다는 두려움은 전혀 엿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날로 뻗어나가는 삼탄의 기세에 대한 자부심만 가득해 보였다. 특히 시커멓게 얼굴이 탄 36명의 한국인들은 이역만리 열대에 세계속의 한국을 심는다는 자긍심으로 뿌듯한 모습이었다. ◎인터뷰/김성국 「키데코」 이사/“중·일등 수출확대 기대… 한국 탄광산업 해외로 눈돌려야” 『한국 탄광산업은 이미 사양단계입니다. 석탄업체뿐 아니라 국가 전체적인 차원에서도 해외자원개발은 어쩔 수 없는 과제입니다. 파시르탄광은 한국의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물꼬를 텄을뿐 아니라 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낸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삼탄의 자카르타 현지법인인 키데코를 총지휘하고 있는 김성국이사(42)는 파시르탄광의 의의를 이렇게 정리했다. ―파시르광업소가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들어가기까지 10년넘게 걸렸다. 당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않았을 것같은데. ▲정확하게 말하면 지질공사후 생산까지 13년이 걸렸다. 80년대말 수익성 문제로 당초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5개 업체중 4개업체가 중도에 포기했다. 삼탄 역시 철수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외자원 개발을 향한 그룹 오너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 이젠 한국업체의 해외진출에서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삼탄이 석탄 외길을 걸어온데 대해 하늘이 도와주신 것 같다. ―자원개발사업에서는 수요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생산량의 70% 가까이를 한국전력공사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미니멈 세일」에 불과하다. 파시르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인도네시아에 일고 있는 발전소 건설붐이다. 이미 상당수 발전소와 협상중이다. 최근엔 태국과 필리핀 등에서도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또 앞으로 중국과 일본 등에 대한 수출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시르는 지구촌의 외지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별한 어려움은 없는가. ▲파시르는 한국에서 외국에 진출한 대표적인 기업들을 소개할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초기엔 노동력 확보에 적지않은 문제가 뒤따랐으나 이젠 몇몇 중간관리층이 부족한 것을 제외하곤 별다른 문제가 없다. 초창기 나타났던 한국인 파견직원과 현지 근로자들간의 마찰도 지금은 완전히 해소됐다. ―한국에 있는 동종업체들에게 해줄말이 있다면. ▲앞서 말했듯 한국에서 탄광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감히 말하지만 삼탄의 진출과정을 눈여겨 돌아보면 뭔가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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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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