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피랍자 가족 "오보이길 바랐는데…" 오열

극도 불안속 마음 졸여…조만간 가족모임 입장 밝히기로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살해된 심성민씨의 아버지 심진표(가운데)씨가 31일 경기 분당의 피랍자 가족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취재진에게 아들의 피살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박서강기자

피랍자 가족 "오보이길 바랐는데…" 오열 가족들 "미국등 국제사회 도와달라" 호소 이혜진 기자 hasim@sed.co.kr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살해된 심성민씨의 아버지 심진표(가운데)씨가 31일 경기 분당의 피랍자 가족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취재진에게 아들의 피살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박서강기자 "오보이기를 바랐는데…." 실낱 같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심성민씨의 가족들은 심씨 사망에 대한 정부의 공식 확인이 뉴스로 전해지자 비통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 심진표씨는 "아들은 심성이 착하고 봉사와 어려운 자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돕는 데 앞장선 자식이었다"며 침통한 표정으로 취재진에게 말했다. 심씨의 어머니는 "왜 죽이느냐, 살려달라"고 오열하다 끝내 실신하기도 했다. 협상 시한이 이틀 연기됐다는 보도를 접한 가족들이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었으나 31일 새벽 추가 살해 소식이 전해지자 새벽부터 다시 하나 둘씩 분당대책위 사무실로 모여들었다. 심씨 가족 외 다른 가족들도 추가 살해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크게 불안해 하는 모습이다. 가족들은 "그동안 보도에 연연하지 않겠다. 정부의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언론과의 접촉도 최대한 자제하겠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여왔다. 탈레반이 다시 협상시한을 1일 오후4시30분으로 제시해 피랍자 가족들은 그 시한까지 극도의 불안 속에서 마음을 졸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가족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국제사회를 향한 호소문'을 발표하고 피랍자 석방을 위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피랍자인 이선영(37)씨의 어머니인 김경자씨는 "무력진압 가능성 관련 소식에 대해 인질들의 생사와 관련해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평화적이고 인도적인 방법으로 남은 21명의 조속한 무사귀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세계인들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한다"며 가족들을 대표해 눈물의 호소문을 읽어 내려갔다. 나머지 가족들도 무고한 생명을 살려달라며 기자 회견 내내 울부짖음에 가까운 울음을 터뜨렸다. 가족들은 특히 미국의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가족들은 "미국 대사관과 접촉해 호소문을 전달할 의향이 있다"며 "인질 석방을 위해서 라면 미국 정부와 직접 접촉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심씨의 가족들은 시신을 서울대 병원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심진표씨는 "고인이 이웃 사랑과 봉사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다 유명을 달리했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시신을 기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심씨의 가족은 시신을 이른 시일 내에 민항기를 통해 국내로 운구해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한편 7월25일 첫번째로 살해된 고 배형규 목사 시신에 대한 부검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실시됐다. 부검 관계자는 "시신에는 총 7군데 총상이 발견됐으며 고문 등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사인은 다발성 총상이다"고 밝혔다. 평소에도 "국제봉사단체서 일하고 싶다" ● 피살된 심성민씨는 아프가니스탄 무장 세력에 의해 두 번째로 살해당한 심성민(29)씨는 심진표 경남도의원의 2남1녀 중 장남으로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청년이었다. 그는 경남 고성 출신으로 진주고, 경상대를 졸업하고 학생군사교육단(ROTC) 장교 (39기)로 임관, 포병장교로 군생활을 마쳤다. 이후 서울에 있는 IT 관련회사에서 일하다가 2개월 전에 그만두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샘물교회에서 장애인 학생을 가르치는 주말 교사로 활동하며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장애인들을 꾸준히 도왔다. 지난해에도 필리핀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오는 등 평소 남을 돕는 일에 적극적이었다. 심씨는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았으며 주위에 “국제봉사단체에서 일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심진표씨는 “지금껏 속 한번 썩이지 않은 심성 고운 아들이었다”며 “FTA협상 타결로 위기를 맞은 농촌을 살려보겠다며 농업 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청송 심씨의 10대 종손으로 독립유공자 심재인 선생이 할아버지다. 그는 집안 거실에 걸려 있는 할아버지의 훈장을 보며 독립 유공자 후손이라는 사실을 늘 자랑스러워 했다고 한다. 입력시간 : 2007/07/3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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