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경품과 소비자 심리, 그리고 선거판

李宗奐(산업부 차장)백화점들이 경쟁적으로 실시하던 경품·사은품행사가 중단될 모양이다. 15일 신세계를 필두로 현대와 롯데백화점이 앞다퉈(?) 앞으로 협력업체에 부담을 주는 경품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과다경품행사를 자제하겠다는 업계의 자율결의는 말 그대로 「한번 해본 소리」에 그치고 말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 같다. 공정거래위의 서슬 시퍼른 윽박지름을 의식할 수 밖에 없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백화점 단독으로는 한번 행사에 5~10억원씩 소요되는 재원마련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사실 그동안 백화점업계의 경품행사는 『이래도 돼나』할 정도로 무질서하기 짝이 없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소위 백화점업계 빅3가 고객을 불러모으기 위해 내걸었던 경품·사은품, 특히 경품은 점점 단위가 높아지더니 급기야 수천만씩하는 외제차와 억대를 웃도는 아파트에 까지 이르렀다. 세일때만 되면 각 백화점 매장은 북새통을 이룬다. 내일 끝나는 여름정기세일도 예외가 아니다. 비수기임에도 불구, 벌써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30~40%씩 늘었다. 이미 IMF이전 수준을 넘어섰다는 얘기도 들린다. 경기회복세가 완연해 지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풀렸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경품이나 사은품에 이끌려 충동적으로 물건을 사는 경우도 적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경품이나 사은품은 일종의 당근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왕이면』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더우기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처럼 확실한 마케팅기법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한걸음 물러나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구조가 뻔히 드러난다. 꼼짝없이 백화점이 요구하는 분담금을 물어야 할 협력업체들이 어디서 그 비용을 뽑아내겠는가. 결국 소비자에게 떠넘기기 마련이다. 그러면 소비자들은 희생양에 불과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공동정범(共同正犯)이라 할 수 있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화가 되는 바탕이 있어야 이런 행태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선거판에서 똑같이 재연된다.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대통령선거는 말할 것도 없고 수십억씩 뿌리면, 또 뿌려야 당선되는 국회의원 선거가 단적인 예다. 대통령선거가 끝난지 1년반이 훌쩍 지났는데 아직 대선자금이 정국의 병목으로 작용하는 것도 그렇고, 지난 재·보선에서 당선된 여권의 후보들이 수십억원씩을 살포했다는 소문도 그렇다. 이번 임창렬(林昌烈)경기지사와 부인인 주혜란(朱惠蘭)씨가 전경기은행장으로부터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받았다는 돈도 같은 맥락이다. 林지사도 선거당시 수십억원을 썼다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소문만큼 엄청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공직에만 있던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힘들 만큼의 자금을 쏟아부었을 것임은 불문가지다. 밑천을 들인 만큼 본전을 뽑아야 하는 것은 세상의 이치. 그래서 부패구조의 청산이 늘 구두선(口頭禪)에 그치는 이유를 따지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다투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한 지도 모른다. 어쨌든 백화점의 과다한 경품행위는 타의에 의해 잦아들었다. 하지만 경품을 바라는 심리가 유권자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한 우리 선거문화의 개혁은 요원한 얘기다. JW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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