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보부도 6개월…/「기아」에 밀려 뒷전으로

◎인수희망사 전무 「새주인찾기」 난망/채권은행단 협력업체 지원도 쥐꼬리한보사태가 발생한지 23일로 6개월이 됐다. 한보철강의 부도에서 촉발된 이번 사태는 경제는 물론 정치·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몰고왔다. 특히 한보부도는 삼미특수강과 기아특수강의 침몰로 이어지면서 철강산업 과잉투자 논란을 빚었고, 진로·대농·기아그룹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잇따라 부도방지협약 적용대상으로 지정되는 경제위기의 「서곡」 노릇을 했다. 부도후 6개월이 지났으나 당진제철소 B지구 공사는 아직 재개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제3자인수 역시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한보철강 부도는 협력업체들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져 경제위기를 고조시켰다. 중소기업청이 지난달 7일까지 신고를 접수한 결과, 7백66개 업체가 5천2백95억원(어음 2천9백82억원·외상매출채권 2천3백13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채권은행단은 진성어음 및 외상매출채권 보유업체에 대해 재산보전관리단의 확인을 받은뒤 담보없이 일반대출로 전환해 줬다. 그러나 채권은행단의 일반대출 지원실적은 4백3건·1천7백57억원에 그쳤고 나머지는 대부분 채권확인서만 발급, 지원을 받지 못한 경우가 4천2백8건·4천1백42억원에 달했다. 당진제철소 B지구는 시공업체인 (주)한보와 7백여개 협력업체들이 밀린 대금을 놓고 실갱이를 벌이고 있어 아직까지 공사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한보철강 정상화를 위해서는 B지구의 열연 및 냉연공장을 하루속히 완공, 캐시 플로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재산보전관리인단의 입장이나 한보철강과 (주)한보, 협력업체간의 입장차이 때문에 공사착수가 요원한 실정이다. 한보사태는 건설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주)한보와 한보건설(구유원건설)의 주택사업 비중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아파트 입주지연 등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피해는 적었으나 하도급업체들의 자금난과 연쇄도산, 해외건설 차질 등을 초래했다. 한보사태의 심각성은 새주인이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는데 있다. 채권은행단은 지난 8일 한보철강 매각을 위한 공개입찰을 실시했으나 신청업체가 전혀 없어 입찰이 자동유찰됐다. 채권은행단은 오는 29일에 2차입찰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유력한 인수후보」인 현대그룹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유찰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정부의 현안은 기아그룹의 향방이다. 정부의 촉각이 기아의 자구노력 및 채권은행단의 행보에 온통 쏠려있다. 한보문제는 뒷전으로 밀려있는 듯한 인상이다. 결국 정부와 채권은행단의 한보사태 처리방향이었던 「조기정상화 및 제3자인수추진」은 당진제철소 B지구 공사재개 지연과 공개입찰의 난항으로 6개월이 넘도록 한발짝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한편 한보그룹 22개 계열사 가운데 대부분의 회사가 폐업을 하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으며 한보철강·(주)한보·한보건설·한보에너지·상아제약 등 5개회사는 법정관리를 신청, 재산보전관리를 받고 있다. 다만 한맥유니온·이탈리아모터즈·한보관광·승보목재·승보철강 등 5개 계열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영업을 재개, 재기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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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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