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쇼핑시간 부족한 소비자 어떻게 잡을까

■ 왜 나이키는 운동화에 아이팟을 넣었을까 (에이드리언 C.오트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br>음악들으며 조깅하는 사람들에 주목, 아이팟 넣은 나이키 운동화의 성공 소개<br>"고객 욕망에 부응하는 새 마케팅 필요"



신상품을 고민하며 속을 태우던 나이키 사 직원들. 오레곤 비버톤의 나이키 본사 사옥에서 바깥을 내다보던 이들의 눈에 조깅하는 사람들이 띄었다. 달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어폰을 끼고 있었다. 당장 조사해 보니 아이팟 사용자의 50%가 음악을 들으며 운동을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확인한 나이키는 애플과 손잡고 '나이키 플러스 스포츠 킷(Nike+Sports Kit)'이라는 신상품을 내놓았다. 운동화 밑창에 러너들이 달린 거리ㆍ속도ㆍ칼로리 소모량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무선 센서가 장착돼 있고 리시버로 아이팟과 연결돼 이들 정보를 한눈에 보기 쉽게 표시해 준다. 획기적인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출시 후 나이키의 러닝화 시장점유율은 48%에서 61%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신발 밑창에 무선 테크놀로지를 장착했다는 게 핵심은 아니다. 나이키의 성공은 '고객과의 관계'를 본질부터 바꾼 데서 비롯됐다. 제품 차별화를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제품에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포착한 것이다. 미국의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하는 데 투자하는 시간은 하루 28분. 인터넷 쇼핑에 할애하는 시간도 평균 6분에 불과하다. 쉽고 빠른 구매방식이 생겨났고 살 수 있는 물건은 점점 더 많아지는데 정작 고객들의 쇼핑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마케터들을 어렵게 만든다. 컨설팅 전문가인 저자는 촉박한 시간과 똑똑한 고객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의 마케팅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미디어 과잉의 시대에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 합세한 복잡한 구매환경으로 인해 고객의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시간'임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상품을 어떻게 노출시킬 것인가'라는 표면적인 문제에서 '우리의 고객들은 과연 언제,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가'에 대한 욕망의 근원적인 물음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제품을 선택하는 우선순위인 ▦동기 ▦습관 ▦편의 ▦가치의 4가지 영역을 꼽았다. 고객의 감정에 호소해 구매욕구를 부추기는 것이 바로 '동기'의 영역이다. 나이키는 조깅 기록을 체크하고 비교하게 해 강력한 구매 동기를 만들어 성공한 사례다. 수요자의 '습관'을 잘 활용한 기업으로는 구글이 있다. 사람들은 특별히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검색할 때 자동으로 구글 페이지를 켜는 습관적인 행동을 한다. 어느덧 '구글링(googling)'은 인터넷 검색을 뜻하는 관용어로 자리잡았고 구글의 현금 보유량은 80억 달러에 이른다. '어디든 하루면 간다'는 모토를 앞세운 페덱스는 신뢰할 수 있는 서류 배송 서비스라는 '편의' 영역의 기본을 일찌감치 선점했다. 맥도날드에서 판매하는 커피 맥카페는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스타벅스의 아성을 넘어섰다. 맥도날드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분위기 대신 합리적이고 싼 가격이라는 고객 중심의 새로운 가치를 설정해 성공을 거뒀다. 책은 다양한 기업의 성공사례를 분석한 후 시간을 똑똑하게 쓰고자 하는 '소비자 시간 가치 마인드'를 실제 제품 혁신과 마케팅 플랜에 적용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데 후반부를 할애하고 있다. 1만2,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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