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국의 베이비부머 황금연못을 찾아나서다] 끝나지 않는 자식부양 고민

대학 졸업하고도 빈둥빈둥… 나이차도 결혼 생각 안해

서울 방배동에 사는 박종만(59ㆍ가명)씨는 요즘 걱정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해부터 허리가 아파 집안일을 제대로 못했는데 지난달에는 다리에 통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박씨가 걱정하는 것은 올해 35세인 딸 김모씨. 직장을 다니기는 하지만 시집 갈 생각도 없는데다 독립할 의사도 없다. 박씨는 "집이 편한데 무엇 하러 나가서 사느냐"는 딸 때문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그는 "친구들과 편하게 놀러 다니고 새로운 것도 배우고 싶지만 딸 뒤치다꺼리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며 "지금이야 내가 돌볼 수 있지만 나중에는 (가족도 없이) 혼자 어떻게 살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박씨와 똑같은 걱정을 하는 은퇴자들이 늘고 있다. 40~50대에는 자식 뒷바라지에 휴가도 한 번 제대로 가보지 못한 이들이지만 나이 들어서도 부모에게 의지하려는 자식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부모 입장에서는 대학만 보내면 끝날 줄 알았던 자식부양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집에서 빈둥거리는 백수 자녀를 둔 부모는 막막한 심정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퇴 이후에도 자식에 얽매여 사는 게 한국 실버세대의 한 특징이다. 최근 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30대를 넘어서도 부모 집에 얹혀사는 이들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1.8세, 여성 28.9세였다. 2000년과 비교하면 남성의 결혼 연령은 평균 2.5세, 여성은 2.4세 늦어졌다. 서울에 사는 남녀의 초혼 연령은 전국적으로도 가장 높아 남성 32.2세, 여성 29.8세다. 여기에다 학기당 500만원 안팎에 달하는 대학교 등록금과 높아진 집값 등이 자식들이 부모를 떠나지 않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캥거루족'이나 '니트(NEET)'족이 늘어나는 만큼 부모의 부담은 커진다. 캥거루족이란 독립할 나이가 됐어도 취직을 하지 않는 20~30대를 말한다. 물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부모가 지게 된다. 니트족은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고 일도 하지 않으며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15~34세의 젊이를 일컫는다. 실제로 전문대 이상을 나와 경제활동이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는 계속 불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전문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295만2,000명으로 300만명에 육박했다. 2004년에는 206만2,000명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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