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앞다퉈 해외로 나가고 있다. 은행들이 많이 진출하는 동남아시아는 금리가 높아 수익성이 우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좋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을 보면 우리는 1.6%에 불과하지만 인도네시아·베트남이 4%대, 소액·고금리 대출이 많은 미얀마는 20%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추세로 굳어진 저금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진출에 공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며 오히려 늦은 감마저 든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단기에 승부를 보려고 서둘러서는 안 되며 바쁠수록 돌아가야 하는 법이다. 금융업의 해외진출은 더욱이 제조업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즉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 곳에서 그 나라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 만큼 더욱 장기적인 구상하에 세심한 현지화 전략을 갖추고 추진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올 들어 은행의 해외점포 수가 급격히 늘어난 데는 이런 경영전략과 상관없이 지난해 금융당국이 도입한 은행혁신성 평가가 단단히 한몫을 했다. 해외진출이 평가 항목에 포함되니 은행들이 등 떠밀린 채 해외진출에 나선다는 얘기다. 그러잖아도 은행의 해외진출이 주먹구구에다 지나친 단기실적주의로 흐른다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마당에 금융당국까지 해외진출을 단기평가지표로 내세우는 것을 보면 현장에는 관심이 없는 관료들의 관치금융이 부활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만하다.
은행은 물론 금융당국부터 무조건 '돌격 앞으로'만 외치면 될 줄 아는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성과가 나올 것도 아니요 혹시 운 좋게 성과가 나오더라도 그런 성과가 오래갈 수는 없다. HSBC가 해외점포 설립 때 3~5년간은 단기실적을 이유로 관련 임원을 문책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 곰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간을 두고 꾸준히 우량고객이나 고정고객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결국 현지 은행과의 경쟁에서 도태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해외진출은 관의 명령이 아니라 철저하게 현지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