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8월 21일] 한국영화, 성공 위한 '고사(告祀)'

‘우리 영화 대박나게 해주세요!’ 최근 강남의 한 사무실 지하에서 재난을 소재로 제작 예정인 블록버스터 영화의 성공을 다짐하며 한국영화가 ‘고사(故死)’되지 않도록 기원하는 ‘고사(告祀)’가 열렸다. 한때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21세기 부가가치 창출의 근원, 미래 성장의 핵심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콘텐츠산업의 중심인 한국영화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는 요즘이다. 지난해 말부터 불어온 미국발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의 파급에 이어 지속되고 있는 ‘고유가’ 및 경기침체와 동시에 물가인상이 유발되는 ‘스태그플레이션’ 등 이른바 우리경제의 삼중고(三重苦)는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돼버렸다. 이런 가운데 한편의 영화감상은 여가선용의 좋은 수단이 아닌 일종의 사치로까지 전락해버렸고 영화 투자자들 또한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누적관객 65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을 비롯해 선전하고 있는 우리 영화를 바라보면 이는 기우였음을 잘 알 수 있다. 물론 오랜만에 영화 몇 편이 성공했다고 해서 한국영화의 부흥을 단언하는 것은 오버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창의력을 바탕으로 잘 제작돼 성공을 한 영화에 대한 희망을 봤다는 점에서 크게 고무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를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정서를 바탕으로 영화 제작사 및 관계자는 양질의 영화를 공급해야 한다. 이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한 할리우드 대작도 우리나라 관객에게 영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시키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길거리에서 ‘1만원에 6편’에 팔리는 불법 다운로드를 기반으로 한 저질 영화는 결국 우리나라 영화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를 악화시키는 주범이라는 점을 직시하고 우리 또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 및 관련단체는 영화판 자체를 키울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 일개 지방영화제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명실공히 국제영화제로 자리잡은 부산국제영화제(PIFF)만 봐도 지방자치단체의 충분한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며칠 전 ‘13억원’이라는 비교적 저예산이 투입된 우리나라 공포영화 ‘고사(고死)’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해마다 나왔던 납량특집이라는 미명하에 천편일률적인 호러물이 아닌 나름의 반전이 있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시기적으로 적절하게 개봉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관객과 관련업체 및 정부당국 모두가 삼위일체된다면 서두에서 말했던 고부가가치 창출의 중심은 바로 ‘한국영화’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사(고死)’라는 한국영화가 ‘고사(故死)’되지 않고 성공한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상당하다. 이 자리를 빌려 “한국영화의 미래는 밝으며 이는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감히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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