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을 찾아보면 고객을 단골손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그러나 외국문화가 들어오면서 고객의 대한 정의가 크게 바뀌었다.
존 에이커 IBM 전 회장의 『고객은 황제다』를 비롯 경제학자인 피터 드러커의 『고객은 왕이다』, 일본 소니(SONY)사의 사시라고 할 수 있는 『고객은 신이다』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표현강도가 강해지고 있다. 그만큼 기업 또는 기업에서 만드는 제품간의 판매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찾아오는 소극적인 의미의 단골손님과는 그 뜻이 천양지차로 벌어지고 있다. 한국 고유의 손님개념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아 내수 침체로 허덕이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모습은 그동안 앉아서 고객을 기다리던 모습의 종말을 보는 듯 하다. 기업 스스로 거객을 찾아나서지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찾아왔슴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주위를 살펴보면 심각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잘 나가는 상품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이들 상품들은 불황시대에 오히려 장사가 더 잘 된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호황을 만끽하고 있다.
보통 생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이면에는 남다른 노력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코오롱의 「하이필정수기」는 기술력으로 몸집이 크고 100만원대를 호가하는 기존 정수기의 개념을 단숨에 무너뜨리며 저가의 소형 정수기시대를 새로 열었다. 불황을 오히려 기회로 활용하며 고객들의 마음을 파고든 결과다.
삼성생명의 「여성시대 건강보험」역시 보험은 돈을 버리는 것이라는 과거 보험에 대한 고객 인식을 뒤바꿔놓은 IMF인기상품이다. 비교적 아픈 곳이 많은 여성들의 치료비를 보험과 연계시켜 충분한 보험혜택도 받고 목돈도 마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며 IMF한파가 한창이던 지난 2월 첫선을 보인 후 54만3,000건의 놀라운 보험약정기록을 올렸다.
SK(주)의 「엔크린 보너스카드」는 고객들의 절약심리를 파고들어 2년만에 400만여회원을 단골고객으로 끌어들인 마케팅부문의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다. SK는 엔크린카드의 성공으로 업계 매출 선두기업의 위치를 확실히 다질 수 있게 됐다.
농심의 「신라면」은 국내외에서 널리 알려진 한국의 대표라면이라고 할 수 있지만 IMF로 라면 수요가 늘면서 순풍에 돛을 달 듯 마케팅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라면하면 신라면이라는 고객들의 관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의 「칠성사이다」 역시 오랜 전통의 장수상품이란 고객신뢰 에서 IMF마케팅이 큰 효과를 본 사례다. IMF이후 국산품을 살려야 한다는 고객들의 애국심 풍조 속에서 외국제품이 판을 치는 콜라와 정면 승부를 벌여 고객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독특한 기술력으로 불황시대 더큰 호황을 맛본 제품들도 적지않다.
만도기계의 김치생장고 「딤채」는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할 만큼 물건이 달려서 못파는 인기제품으로 부상했다. 김치맛을 살리는 독특한 기술이 고객을 최대한 만족시켜주었기 때문이다.
서울우유의 드링크요구르트 「네버다이 칸」은 요구르트시장이 침체된 국면 속에서 유산균을 최대한 살려내는 미세보호막기술로 성공을 거두었다. 경제가 어려운 고객들에게 상품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순수한 기술력의 성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일제당이 생산하고 태평양제약이 판매를 맡은 조루증치료제 「에스에스크림」은 남성들의 남다른 고민을 해결해준 기술력의 작품이다. 불황과 관계없이 고객들이 필요한 상품은 어느 곳에서나 고객의 호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두산의 「그린소주」는 불황을 타고 순식간에 시장점유율이 늘어나면서 진로에 이어 소주업계 2인자자리를 확고히 했다. 여기에는 그린마케팅이란 깨끗한 이미지와 함께 소비자들에게 특정시간 소주를 무료로 나누어주는 적극적인 마케팅이 큰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호전기의 「참라이트」는 형광등이 보여주지못한 자연광을 고객에게 선보인 불황시대 인기상품이다. 여기에 철저한 절전기능을 추가시켜 고객들에게 제품의 우수성을 확실히 보여주었다.【이강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