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로펌들 "경쟁력 있는 이름 짓자"

신생법인 크게 늘어…고객 눈길 끌 로펌名 찾기 고심<br>고유명사 선점 힘들고 姓씨론 차별화 어려워<br>철학담긴 생소한 한자·우리말 선호 경향 뚜렷


‘경쟁력 있는 이름을 찾아라’ 로펌가(街)에 이름짓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매년 1,000명 가까운 법조인이 쏟아져 나오면서 고객들의 눈길을 확 잡아끌만한 로펌명(名)을 찾기위한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것. 전국 로펌가에는 한달에만 수십개 법인이 새로 생기거나 간판을 내리고 있다. 최대 로펌 집결지인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주변 건물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신생 로펌의 간판이 내걸린다. 일부는 로펌간 합종연횡에 따라 한집 살림을 하게 되면서 이름을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개업하다 뜻이 맞는 변호사 몇몇이 모여 새로 명함을 내미는 게 대부분이다. 사람 이름 작명과 마찬가지로 로펌명을 짓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고민이 뒤따른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법조인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친근감을 주는 로펌명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들어졌다. 고객들에게 바로 어필할 수 있다는 ‘한강’‘태평양’‘광장’‘세종’ 등과 같은 고유 명사를 선점한다는 건 이제 꿈도 꾸기 힘들다. 그렇다고 김앤장 등과 같이 설립자 성(姓)을 따서 짓기도 쉽지 않다. 김씨, 박씨, 이씨 등이 한 둘이 아니어서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서초동 A로펌의 한 변호사는“개업때는 그냥 개인 이름을 쓰면 그만이지만 로펌은 이름 짓기 자체가 난관의 시작이다. 유명 작명가를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맘에 드는 걸 고르기는 쉽지 않았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래서 최근에는 고유 명사나 성씨를 쓰는 것보다는 다소 생소한 한자나 순수 우리말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거기에는 로펌으로서, 변호사로서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달초 닻을 올린 ‘법무법인 홍윤’은 ‘널리 세상을 윤택하게 한다’는 뜻의 한자(弘潤)에서 로펌명을 따왔다. 우리나라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과 맥이 닿아있다. 슬기롭게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철학이 숨겨져 있다. 같은 시기 문을 연 ‘법률사무소 평로’ 의 ‘평로(平路)’는 평평한 길을 의미한다. 이 로펌의 한 관계자는“변호사로서 일을 하다보면 평로만이 아니라 험로(險路)도 있을 것이지만 평평하게 길을 개척하고 나아가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설립된 ‘법무법인 두라’는 의미가 남다르다. 백두산과 한라산의 가운데 한자인‘頭’와 ‘拏’를 합성해 민족의 염원인 ‘통일’에 대한 기대를 로펌명에 표현했다. 또‘법무법인 정성’은 ‘언제 어디서나 정성을 다하는 여러분의 다정한 벗’이 되겠다는 다짐이 이름에 녹아있다.‘여민 합동법률사무소’도 비슷한 경우다. ‘여민(黎民)’은 백성을 뜻한다. 고객을 백성같이 여기고 고객이 만족하는 최고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법무법인 한승’은 한국의 법률서비스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겠다(韓昇)는 각오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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