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南이 중심서야 北 문제 풀 수 있어"

범죄국가, 북한 그리고 미국- 개번 맥코맥 지음, 이카루스미디어 펴냄


2000년 부시행정부가 출범한 이래 미국은 북한을 강경책으로 일관되게 압박하고 있다. 그 기저에는 북한 정부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미국 네오콘들의 관념이 깔려있다. 북한을 협상이 불가능한 악의 세력으로 규정해 항복을 먼저 받아내지 않는 한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 ‘범죄국가, 북한 그리고 미국’은 이러한 규정에 일침을 가한다. 저자는 북한문제는 원리주의나 악, 무법, 범죄국가 등의 관점으로는 이해될 수 없으며 오직 장기간의 역사라는 렌즈를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즉, 북한을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을 이해해야만 북한문제의 본질을 꿰뚫을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핵무기 등 북한에 관련된 대부분의 이슈는 문제의 징후일 뿐 그 본질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위기의 본질은 강경책으로 북한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미국의 잘못된 인식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남한의 군부독재정권이 오래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 공산주의의 위협 때문이었던 것처럼 북한정권 유지의 비결 또한 50년간의 미국의 현실적 위협이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저자는 북한 문제는 ‘서울이 그 중심’일 때에만 풀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워싱턴이나 도쿄의 끊임없는 압력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꾸준히 대화해야만 북한의 체제전환이 가능하며 궁극적으로 통일 이후 남북한이 동아시아 안보의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호주 출신 저자의 이런 주장은 이미 국내 여러 채널을 통해 익히 들어온 것일 수 있으나 한국인이나 미국인이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북한 문제의 본질은 큰 울림을 갖는다. 미국에 대한 날선 분석 뿐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동아시아 안보를 끊임없이 위협하는 일본에 대한 인식 또한 날카롭다. 과거 태평양전쟁 때 한국인에게 저질렀던 반인륜적 전쟁범죄에 대해서는 책임을 느끼지 않으면서 수십 명의 일본인 납치에 대해서는 국가차원의 보상을 외치는 일본의 행태를 꼬집고 전후 일본의 진짜 문제는 미국에만 의존하는 ‘대미의존성’이라고 규정하는 등의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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