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문화가] ‘한류’로 관광산업 키운다

찬 바람이 불어도 한류 열풍은 여전히 뜨겁다. 최근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수출된 한국의 드라마, 영화, 가요 등에 대한 현지의 관심과 인기는 아직 수그러들 줄 모르고 있다. 정부는 `한류`의 중용성을 뒤늦게 깨닫고 이를 국내 관광산업 진흥에 연결시킨다는 구상이다. 7일 문화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2004년도 한국관광 해외홍보를 위한 TV-CF 광고안을 오는 12월부터 내년초까지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광고안은 한류열풍의 진원지인 중국, 대만, 일본시장을 타깃으로 김희선, 장동건, 베이비 복스, 이병헌 등 인기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한다. 그간 해외 광고에 전현직 대통령들이 출연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와 관련, 지난 3일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은 통합 1주년을 기념해 `동북아 문화관광교류와 문화산업 협력`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움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는 한류가 아시아 지역(또는 그 이상)에서 서구중심적 전지구화 국면에 대응하여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탐색해 본다는 의미에서 주목을 받았다. 먼저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는 한류의 본질에 대해“미국 대중문화의 한국적 중역(重譯)”이라고 밝히고, “탈냉전시대 문화적 공백기에 처한 아시아 각 국의 빈자리를 잠정적으로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출신의 리자룡 영남대 교수는 한류 드라마의 성공요인에 대해“정적 유대를 바탕으로 한 섬세하고 간접적인 사랑 표현 방식이 아시아 주민들에게 어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사랑을 직접적ㆍ노골적ㆍ폭력적으로 다뤄 온, 미국식 가치의 재판인 듯한 60ㆍ70년대의 일본 문화와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고 보았다.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는 “한류의 승리는`민족문화의 승리`가 아니라 미국 자본주의를 원천으로 한 `터보 자본주의의 승리`”라며 “거대 자본과 고도과학기술이 결합돼 상품 생산을 제조업에서 문화영역으로 그 기반을 확장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허 권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팀장은 “아직까지 동북아 지역은 문화적 공통성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문화협력 프로그램이 없었다”며 “한류가 `가족주의`를 근간으로 한 지역내 문화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공동체 형성에 기여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임문영 계명대 교수는 유럽연합(EU)의 사례를 검토하면서 “경제, 정치적 통합에 비해 유럽을 총괄하는 문화정책은 90년대에 와서야 비로소 시작됐다”며 “한류가 지역통합의 기초가 되기 위해서는 `다르게 그리고 함께(和而不同)`라는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체로 “한류는 아직 헐리우드의 압도적인 주도권에 도전할만큼`아시아우드`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하기 이르다”며 “한류의 지속을 위해서는아시아적 현대성을 반영하고 천편일률적인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내용적인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보였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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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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