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11월 3일] 희토류의 정치학

중국이 최근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 수출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중일 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영토분쟁으로 촉발됐던 희토류 분쟁이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희토류 공급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 및 서방권의 기싸움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것일 뿐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희토류 문제를 바라보는 양측의 입장이 여전히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를 자원무기화하는 차원에서 부당하게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반면 중국은 값이 싸다는 이유로 선진국이 중국의 희귀 자원을 지난 수십년간 약탈과 착취해왔다고 보고 있다. 일면 중국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자발적으로 저가에 세계시장에 공급해오다가 심사가 뒤틀렸다고 돌연 수출제한 조치를 취한 것처럼 비쳐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희토류 분쟁은 영토문제로 느닷없이 튀어나온 게 아니라 지난 수년간 자원문제뿐 아니라 환경ㆍ기술 등을 둘러싼 중국과 서방의 물밑 샅바싸움의 연장선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첨단산업의 필수품인 희토류를 가공하려면 첨단 소재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기술을 일본이 독점하고 있어 중국은 내몽골 희토류 노천광산에서 흙을 파 헐값에 일본에 파는 관행이 지속됐다. 중국은 일본이 되파는 가공 희토류 가격이 중국 희토류 흙의 최고 1만배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일본에 희토류 가공공장이나 연구개발(R&D)센터를 합작이나 단독으로 중국에 세워줄 것을 요청했지만 일본 측은 기술이 새나갈 것을 우려해 거부해왔다. 베이징의 한 업계 전문가는 "이번 희토류 분쟁은 불공정 무역이냐, 아니냐의 논쟁이 아니라 자원ㆍ기술ㆍ환경을 둘러싼 중국과 선진국 간의 샅바 싸움에 다름없다"고 말했다. 희토류 채굴은 또 막대한 환경오염을 야기한다. 이러자 중국은 업계 구조조정 차원에서 5년여 전부터 희토류 수출제한에 나섰고 헐값 수출을 막기 위해 일본 측에 1차 가공된 희토류를 수출하겠다고 통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에 대비해 이미 수년 전부터 희토류 축적에 나서며 비축량이 20여년어치에 이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작 국제 희토류 분쟁의 불똥은 한국으로 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휴대폰ㆍLCD 등의 필수 재료인 희토류를 단 하루치도 비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 선진국은 자체 환경규정 때문에 채굴에 나서기도 힘들다. 결국 아프리카나 남미 등지에서 희토류 광산 개발이 이뤄질 텐데 생산단계까지 가려면 최소 2~3년은 걸린다. 당장이야 일본이 수출하는 가공 희토류로 버틴다고 하지만 국제 희토류 분쟁의 불씨가 계속되고 있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희토류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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