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이 지난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이고 청와대 외교안보실과 대변인실 등 핵심 참모들은 이번 사태로 휴가 일정까지 취소한 채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다. 안보실 직원들은 이제 파김치가 됐다. 안쓰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 벌어지는 모습들을 보면 쓴웃음이 나온다. 바로 청와대와 정부 부처의 일부 관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총선행과 승진을 놓고 벌어지는 치열한 자리다툼 현상 때문이다.
당장 아프간 사태의 와중에서도 ‘탈(脫) 청와대’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이후 수석급에서만 2명이 바뀌었다. 일부 비서관은 보따리를 싸고 총선 출마 예정 지역으로 달려갔다. 오래 전부터 계획했거나 일정상 어쩔 수 없던 인사라고 하지만 꼭 ‘지금이어야 하나’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그나마 지금은 아프간 사태 때문에 무더기 엑소더스까지는 일어나고 있지 않지만 참모들의 총선행은 이달 말을 기점으로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비서관 자리는 공석으로 남겨두는 파행적 상황도 불가피할 듯하다.
관료들 사이에선 어떤가. 최근 경제 부처 인사 과정에서 승진을 놓고 벌어진 행태 그리고 이로 인해 형성된 왜곡된 ‘인사의 사슬’은 아무리 보아도 마뜩찮다. 인사 뒷소리야 항상 나오는 것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 하물며 장관부터 1차관ㆍ2차관ㆍ차관보에 이르기까지 특정고교 중심으로 채워지고 특정 지역 출신이 우대 받는 현실은 분명 비틀어진 모습이다. 청와대는 그래도 이런 상황에 아무런 말이 없다.
이 뿐인가. 관료들 사이에선 “누가 어느 장관으로 간다더라. 총선 출마에 유리하도록 장관 타이틀을 붙여 줄 것이다”는 등의 소문을 확인하느라 바쁘다. 모든 관료들이 그런 것은 분명 아니지만 청와대가 아무리 부인하고 아프간 사태가 터져도 이들의 관심은 잿밥에 있는 것 같다.
아프간 사태는 지금 한국 정부와 탈레반 간의 직접 담판을 통한 극적 해결이냐, 군사 작전을 통한 인질 구출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자신의 장래에 대한 걱정을 떠나 마음 깊은 곳에서 국민의 안위를 위해 몸을 바치고 대통령과 함께 퇴장하는 멋진 참모, 깔끔한 관료가 가득차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