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탄 죄와 구원을 다룬 흡혈귀 스릴러 다크 코미디 ‘박쥐’(Thirst)의 LA 개봉 홍보차 이곳에 온 박찬욱감독을 지난 7월 28일 만났다.
그는 자기 영화의 폭력성에 관해 “나는 인생과 사회의 중요한 요소인 폭력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려고 시도하는 작가”라면서 “그것이 어떻게 당하는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또 가해자에게는 어떤 죄의식을 주는지를 진지하게 다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차분하고 조용한 음성으로 질문에 답했는데 매우 진지하고 성실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그는 사랑처럼 인생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폭력을 자기 작품의 근본 주제로 선택한 것이다.
앞으로도 관객은 그의 ‘폭력 영화’를 자주 보게 될 것인데 박 감독은 자기의 폭력이 사람들에 의해 다소 과장되게 인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는 결코 염세적이거나 어두운 사람이 아니라며 미소를 지었다.
자기 영화를 스릴러라기보다 미스터리라고 부르는 박 감독은 자신의 단골 주제이다시피 한 죄와 구원에 대해서 “그것은 오래 전부터 문학과 영화가 다뤄온 것이어서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면서 “진지한 사람이라면 그것을 연구하게 마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자기는 죄와 구원 그 자체보다 죄를 짓고 구원을 받고자 하는 노력 자체의 숭고함과 그 과정의 어려움을 말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박 감독은 고교 때 동네 본당신부가 자기 아버지에게 자기를 추기경감이라며 신학교에 보내라고 건의하는데 놀라 가톨릭을 떠났다. 그는 지금은 무신론자다.
박 감독이 영화에 자기 삶을 걸기로 한 것은 히치콕의 ‘환상’(Vertigo) 때문이다. 그는 이 영화를 3분의1쯤 보는 순간 자기는 영화 외에는 절대로 딴 일을 못하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그러나 영화 한다는 일이 쉽지 않아 첫 두 작품이 흥행에서 망하면서 그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5~6년간 비평가로 지냈다.
그는 “과거의 경험을 되풀이 하고 싶지 않다”면서 “다음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흥행성공은 절대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과거 비평가를 해 본 경험 때문에 자기 영화에 혹평을 하는 감독에게도 관대한데 한국에서의 문제는 팬들이 전문가들의 말에 오불관언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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