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동안 노무현 정부는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경제정책의 철학으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분배에 무게 중심이 놓여 있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수 침체가 거듭되면서 노선은 급속하게 경기부양 중심의 실용주의로 회전했다. 정부가 준비중인 대형 정책들도 올 5% 성장률과 4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부양책들로 가득하다. 현재 정부가 수립ㆍ집행을 서두르고 있는 굵직한 정책들은 대략 10여가지. 우선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은 발표를 눈앞에 누고 있다. 임대주택의 용지가격을 인하하고 기업형 임대 주택자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수도권 내 중형임대용지 공급을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다만 부동산 투기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판교대책을 내놓은 지 얼마 안된 상황이어서 발표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경제 정책인 종합투자계획의 구체적인 규모와 사업형태도 이르면 이달말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모습을 드러낸다. 민간투자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종합투자계획 규모는 당초 예상됐던 10조원 규모보다 훨씬 적은 3조~4조원 정도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하반기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투자계획의 집행시기를 분야별로 6월께로 앞당길 계획이다.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서비스산업관계장관회의’를 이달말께 출범시켜 서비스산업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방안을 내놓는다. 의료과 교육ㆍ레저 등의 개방에 맞춰 국내산업의 보호 방안들도 만들어진다. 총 30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서남해안개발프로젝트(J-프로젝트)를 기업도시 형태로 만들기로 하고 외국투자가와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자영업대책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포함해 생계형 신용불량자대책과 병행해 추진되고 있다. 극빈층에 해당되는 기초수급자 중 전체 인원의 10% 가량인 15만명이 원리금을 감면 받게 될 전망이다. 청년층 신불자와 관련해서는 기존 부모 때문에 신불자로 전락한 사람 외에 학자금 대출을 받은 후 취업을 하지 못해 신불자로 전락한 사람도 구제 대상으로 꼽았다. 중소ㆍ벤처기업에 대한 추가 대책이 2ㆍ4분기중에 쏟아질 전망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언급한 3만개의 혁신중소기업에 대한 대책이 중심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노령자 직업기회를 확대하는 방안 등도 상반기 안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정부는 이 같은 부양책들이 시행될 경우 민간 연구소들의 비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올 경제성장률이 4~5%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외부 환경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경기회복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ㆍ유가ㆍ금리 등 이른바 ‘3고’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1달러당=1,000원선이 붕괴되면서 이미 상당수 중소 기업들의 손익분기수준이 깨진데다 고유가로 기업들의 제조비용이 늘어나면서 생산자 물가상승, 소비자 체감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위축이 예상된다. 이밖에 북 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잠재돼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경제정책운용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