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상품의 격전장이라 할 수 있는 보험 시장에서 외국계와 은행계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디테일을 등한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개발의 독창성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배타적사용권이 '0'인 곳이 수두룩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 중 NH농협·우리아비바·하나·KB·IBK·ING·에이스생명 등 7개 생보사는 배타적사용권을 단 한개도 획득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타적사용권은 신상품 개발회사의 선발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기간 다른 회사가 유사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하는 독점적 판매권한을 말한다. 생보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가 권한을 부여한다.
이들 생보사는 모두 은행계 외국계 생보사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상품이 개발되지 못하는 이유는 인력과 조직 규모의 한계 탓으로 풀이된다.
7개 생보사 중 규모가 가장 큰 NH농협생명의 경우 조합에서 보험사로 전환한 지 2년밖에 안 됐다. 또 우리아비바·하나·KB생명 등은 5대 금융지주에 속해 있지만 자산 규모 등에서 업계 하위권이며 IBK는 연금보험만 판매하는 반쪽짜리, 에이스생명은 시장점유율이 1%에도 못 미치는 소형 생보사다.
반면 은행계이면서도 자산 규모가 적은 KDB생명과 외국계이면서 중소형사로 취급 받는 메트라이프·알리안츠 등은 각각 5개, 4개, 2개의 배타적사용권을 보유하고 있어 눈에 띈다. 인력의 한계는 마찬가지인데 다른 외국계 은행계 보험사의 신상품 개발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말은 역으로 그만큼 카피전략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만연한 상황에서는 신상품 개발을 통해 틈새시장을 노리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업계 상위사들이 배타적사용권을 늘려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보사 중에서는 한화(11개), 삼성·교보(10개), 미래에셋·KDB(5개), 흥국·메트라이프(4개), 신한·푸르덴셜(3개) 순으로 배타적사용권 획득이 많다. 생보사 관계자는 "더 이상 금리경쟁력이 의미가 없어진 상황이어서 상품의 독창성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계와 외국계가 좀 더 분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