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3월 22일] 우려되는 부산 경제의 단면들

최근 부산 북항 자성대 컨테이너부두의 운영사가 물량이 없어 선석 반납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이 운영회사가 처리해온 컨테이너 물량이 '부산 신항'으로 빠져나가 해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부두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사태를 계기로 부산항 곳곳에 컨테이너 부두를 설치하고 수조원대의 예산을 투입, 신항까지 건설해놓은 결과가 결국 기존 물량 나눠먹기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외선사를 새롭게 유치해 부산항을 동북아 물류 허브항으로 만들겠다는 부산시의 야심찬 계획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항의 이번 사태는 '우려되는 부산 경제'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이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살펴보면 더욱 확연하게 나타난다. 우선 무역 규모를 한번 살펴보자. 지난해 부산 지역 수출액은 95억달러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9위에 머물렀다. 순위도 순위지만 전국 수출액의 겨우 3%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점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국내 두번째 도시라는 위치가 부끄러울 정도다. 그나마 무역수지도 8년째 적자를 헤매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수출할 기업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 부산의 주요 수출 품목은 기계ㆍ정밀기기ㆍ선박ㆍ신발류 등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선박 외에 자동차나 관련 부품 등이 주로 수출됐다. 알짜기업들은 역외로 빠져나간 반면 새로운 수출 산업은 거의 유치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구도 갈수록 줄고 있다. 부산 인구는 지난해의 경우 2만1,716명이 감소해 350만명을 가까스로 넘겼다. 지난 14년간 약 32만명이 외지로 빠져나갔다고 한다. 인구 감소는 비단 수치상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시민을 먹여 살릴 동력이 없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으로 심각하게 되새겨볼 부분이다. 최근 부산에서는 서부산권 개발사업, 북항재개발, 동부산 관광단지 개발 등 거창한 개발 프로젝트가 쏟아지고 있다. 이러는 동안 정작 생산성 높은 산업을 육성하지 못했다는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지역에서 높아지고 있다. 부산시가 더 이상 선진적 경쟁력을 상실한 도시로 전락하지 않기를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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