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둔 우리 정치판에 때아닌 아메리카노ㆍ룸살롱ㆍ콘돔 논쟁이 떴다.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연루된 아메리카노 논쟁은 '노동자ㆍ민중을 위한다는 진보가 미제국주의의 상징인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게 요지인 것 같다.
이를 두고 '분단 대한민국이 낳은 진보의 오류' 혹은 '근본주의적 사고의 한계' 등등의 얘기를 하는데 이 같은 거창한 말이 아까울 만큼 유치하다. 그저 '상대를 치려거든 수준을 갖춰라' 정도의 비판으로도 충분하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연루된 룸살롱 논쟁도 비슷하다. 안 원장이 TV에서 '술도 못 마시고 여자가 나오는 술집도 모른다'고 했는데 실제론 안 원장과 룸살롱을 드나든 인사가 있고 그래서 안 원장은 '위선 덩어리'란 것이다.
이 역시 저급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데 굳이 해명을 대신 해준다면 안 원장은 '평생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한 적이 없다. 대신 그는 '술을 마셨던 적이 있지만 건강이 상해 끊었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또 '여자가 나오는 술집을 모른다'고 해석되는 부분도 실제 방송을 보면 꼭 그렇게 편협하게 받아들일 만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조차 구차하다. 그저 '안 원장이 룸살롱에 다닌 적이 있든 없든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정도로 충분하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느닷없이 연결된 콘돔 논쟁은 우리 정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안철수 룸살롱'을 둘러싼 음모가 존재한다는 문제 제기 과정서 나온 게 '박근혜 콘돔'이다.
특정 후보를 지원 혹은 폄하하기 위한 음모에 맞서 내 지지 후보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이 3류 소설 같은 시나리오가 우리 정치에서 아직도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저급한 조어(造語)들이 왜 나왔는지에 대한 성찰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소동은 또 상대편을 흠집 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낡은 방식에서 우리 정치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한다. 대선이 불과 4개월 앞이다. 이런 논쟁을 하고 있을 때인가.